7월부터 ‘해외 TR ETF’ 사라진다…'날벼락' 맞은 운용업계

이용성 기자I 2025.01.16 17:24:24

기재부, '해외 주식형 TR ETF' 7월부터 운용 금지
"과세 안 되고 주식양도차익처럼 유보…형평성 어긋"
운용업계, '상품전환' 고심…점유율 지각변동 전망

[이데일리 이용성 세종=강신우 기자] 기획재정부(기재부)가 상장주식펀드(ETF)에서 발생한 배당에 대한 소득세를 내지 않고 자동 재투자하는 방식의 해외주식형 토털리턴(TR) 상품을 오는 7월부터 금지하기로 하자 운용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운용하던 기존 상품을 대대적으로 뜯어고쳐야 하기 때문이다. 점유율 순위 변동도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과한 규제로 투자 선택지를 줄여 ETF 시장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사진=기재부)


16일 기재부는 해외주식형 TR ETF 상품을 사실상 금지하는 ‘2024년 세법 개정 후속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번 시행령은 오는 17일 입법예고 후 업계 의견 등을 수렴해 7월 1일부터 시행한다. 다만, 기재부는 국내 시장 육성을 위해서 국내 주식형 TR ETF 상품은 제외했다.

이같이 기재부가 결정한 이유는 형평성에 어긋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자·배당소득은 매년 과세하는 것이 대원칙”이라며 “전체적인 상품 간의 형평을 따져볼 때 TR은 이자·배당을 바로 분배하지 않고 일종의 지수 교체 명목으로 활용해서 그 부분이 바로 과세가 안 되고 주식양도차익처럼 유보가 됐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운용업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해외주식형 TR 상품을 다른 상품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당장 착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상품을 수정하려면 인덱스 교체부터 상품명, 투자설명서 등을 고쳐야 하는 비용이 발생한다. 특히 신한자산운용은 ‘SOL 미국배당다우존스’와 ‘SOL 미국배당다우존스 TR’ 두 가지 상품을 운용 중인데, 이번 개정안 시행으로 TR 상품을 프라이스 리턴(PR·Price Return)으로 바꾸게 되면 상품이 중복되는 상황도 초래된다.

일각에서는 이번 세법 개정안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ETF 시장에 브레이크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총 수익 극대화를 위해 해외에서는 TR ETF가 권장되고 있는 상품”이라며 “결국 최종적으로 환매할 때 관련 세금을 다 내기에 실제로는 과세가 이연되는 방식인데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말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게다가 투자자의 운신의 폭을 좁힐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복리효과를 노리며 장기 투자 계획을 세운 투자자들의 투자 전략이 불가피하게 수정돼야 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운용업계 관계자는 “장기 적립식으로 미국 증시에 투자하려는 좋은 선택지 하나가 사라지게 된다”며 “복리 효과를 누리려는 투자자들은 운용사가 알아서 해주던 일을 스스로 해야 하는데 이 경우 매매비용 등이 추가로 발생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세법 개정안으로 시장 점유율 싸움이 치열한 운용업계 내 순위 지각변동도 예상된다. 자동으로 재투자하는 매력 때문에 관련 상품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자금 이탈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기준 시장 점유율 1위인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미국 S&P 500 TR’, KODEX 미국 나스닥100 TR’ 순자산총액은 각각 3조 5338억원, 1조 7478억원이다. 업계 2위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미국 S&P 500TR(H)’, ‘TIGER 미국 나스닥 100TR(H)’ 순자산총액은 각각 3517억원, 2263억원이다.

향후 운용사들은 거래소 등 유관기관과 논의를 거쳐 7월 전까지 윤곽을 잡을 방침이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거래소 등 유관기관과 인덱스 교체, 보완부터 명칭 변경과 투자 전략 수정 등을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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