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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대 있는데 누가 오겠나"…북촌 상인들 `울상`

이영민 기자I 2025.03.18 15:15:10

안국역 일대 길목마다 尹 지지층 시위
탄핵반대 시위대·차벽에 길목 막혀 매출↓
"선고 당일 위험해지면 가게 문 닫을 것"

[이데일리 이영민 기자] 우리나라를 찾는 관광객이 모처럼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서울 북촌 일대 소상공인들은 웃지 못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의 탄핵 반대 집회가 하루도 빠짐없이 진행되면서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겼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 상권의 매출은 오히려 뒷걸음질치기도 했다. 상인들은 선고 당일 큰일이 벌어지진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18일 서울시 종로구 북촌한옥마을에서 헌법재판소로 이어지는 인도에 탄핵 반대 집회가 진행되고 있다.(사진=이영민 기자)
18일 이데일리가 찾은 서울지하철 3호선 안국역 3번 출구부터 헌법재판소로 이어지는 170m 구간의 인도 왼쪽에는 경찰버스로 차벽이 세워져 있었다. 사거리 길목에는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면서 ‘탄핵 반대’와 ‘이재명 타도’를 큰 소리로 반복해 말하는 시위대가 있었고 가로수에는 ‘헌재는 국민이 심판한다’고 적힌 포스터가 부착돼 있었다.

봄철 인기 여행지 중 하나로 꼽히는 서울 종로구 북촌 한옥마을이 윤 대통령의 탄핵에 반대하는 시위대로 붐비고 있는 것이다. 이 모습을 본 종로구 상인들은 3월 대목을 놓쳤다고 하소연했다. 2년 넘게 이곳에서 한식집을 운영해온 김모(68)씨는 “원래는 지금 관광객들이 엄청 와야 하는데 저 탄핵 시위 때문에 손님이 너무 안 온다”고 토로했다. 반년째 이곳의 곱창전골 가게에서 일해온 방모(26)씨도 “원래 3월은 여행객이 많이 오는 달인데 기동대 버스가 세워져 있으니까 이쪽 골목으로 손님들이 못 들어온다”며 “인근 상점과 비교해도 매출이 작년의 60%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선고일 역시 이들에겐 걱정이다. 방씨는 “선고일에는 입간판과 술병 상자를 안으로 치우고 장사할 생각인데 너무 위험해지면 오후에는 문을 닫을 수도 있다”고 했다. 피자가게 직원인 신모(33)씨도 “선고 때는 손님들에게도 피해를 주니까 가게 문을 닫을 예정”이라고 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1월 서울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약 27% 증가한 90만명을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19 유행 이전(2019년 1월 88만명)을 넘어선 수치다. 서울시는 비상계엄 이후 ‘세이프 서울(Safe Seoul)’ 홍보에 관심을 기울이고 서울윈터페스타 등 지역 볼거리를 계속 제공한 점이 외국인 관광객을 불러모았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관광 분야의 훈풍은 시위대에 가로막혀 종로구 일대에 닿지 못하고 있다. 오후 1시부터 안국역 주변에는 시위대와 차벽을 피해 돌아가면서 주변 행인에게 길을 묻는 외국인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일부 외국인은 욕설과 고성을 듣고 고개를 좌우로 돌리면서 놀란 반응을 보였고 집회 참가자와 거리를 두며 이동하기도 했다.

이날 집회를 본 외국인 관광객들은 무슨 상황인지 알 수 없어서 불편했다고 입을 모았다. 이탈리아 관광객 마리아씨는 “나이가 든 사람들이 법원 앞을 에워싸는데 무슨 일인지 알 수 없었다”며 “충돌이 있을 수 있다는 말을 들으니 불안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유럽에는 지난해 12월 이후 한국이 어떤 상황인지 잘 알려지지 않아서 나도 인터넷에 계속 검색했다”고 했다. 나흘 전 대만에서 입국한 또 다른 여성 관광객은 “길을 지나갈 때 소리를 지르니까 깜짝 놀랐다”고 했다.

헌재 앞 혼란이 계속됨에 따라 종로구는 선고 당일 헌재 인근 상인들에게 휴업 협조를 구하고 있다. 종로구청은 최근 서울 지하철 1·3·5호선 종로3가역 인근 노점상들이 모인 상인회에 선고 당일 휴업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종로3가역 인근 상인회에 휴업을 요청했고,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안국역 일대 상인들에게도 통행이나 안전에 문제가 될 수 있는 적치물을 보도에서 모두 치워줄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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