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현지시간)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중동 지역 원유 수출은 9월 초부터 늘기 시작해, 데이터업체 보텍사 집계 기준 지난 23일까지 1주일간 하루 1700만배럴을 넘어섰다. 지난해 수준보다 하루 400만배럴 적은 정도까지 회복한 것이다. 하지만 9월 초 이후 국제 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오히려 5분의 1가량 올라 배럴당 115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4월 고점에 근접한 수준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전쟁 8개월째 원유 시장의 수수께끼가 깊어지고 있다며 유가가 비싼 이유로 세 가지를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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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중국의 원유 수요가 달라졌다. 중국 정부는 지난 3월 공급 차질을 우려해 휘발유·경유 같은 정제유 수출을 금지했다. 정유사들은 재고를 꺼내 썼고 소비자들은 연료 사용을 줄였다. 그 결과 지난 2~6월 중국의 원유 수입은 하루 600만배럴, 거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역사상 최대 규모의 공급 충격에도 유가가 더 오르지 않았던 주된 이유다.
상황은 6월 미국과 이란의 긴장이 누그러져 유가가 떨어지면서 바뀌었다. 걸프 지역 수출이 막히고 러시아 정유시설이 우크라이나의 공격을 받으면서 다른 지역 정유사들의 정제마진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중국 정유사들은 수출 금지 해제를 요구했고, 중국은 7월부터 수출을 재개했다.
중국의 원유 수입도 다시 늘었다. 컨설팅업체 FGE넥산트ECA의 닐 크로스비는 지난 16일까지 3주간 중국의 원유 수입이 6월보다 하루 300만배럴 이상 많았다며, 중동 수출 증가분의 일부를 흡수할 만한 규모라고 설명했다.
유조선 ‘숨바꼭질’ 운송에 운임 급등
중국의 원유 수입은 이후 다소 줄었지만, 다음으론 운임 상승이 유가를 계속 밀어 올리고 있다. 가격정보업체 아거스미디어의 톰 리드에 따르면 중국은 미리 정한 일정대로 사지 않고 더 싼 가격을 찾아 현물시장에서 원유를 사들였다. 이 때문에 유조선 수요를 예측하기 어려워졌고 배를 구하는 비용도 커졌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걸프 지역 수출이 늘어난 것도 유조선 수요를 키웠다. 국영 유조선들이 몰래 해협을 오가며 원유를 실어 나른 뒤, 오만만에서 며칠씩 대기하는 다른 선박에 옮겨 싣는 방식이어서 그만큼 많은 배가 묶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중국 구매자에게 원유를 운송하는 비용에서 운임이 차지하는 비중은 과거 4~7%에서 이달 25~30%로 치솟았다. 구매처와 거리가 먼 중남미·서아프리카 산유국들은 경쟁력을 유지하려고 원유를 할인해 팔고 있다. 반면 북해산 원유는 제값을 받으면서 유종 간 최대 가격 차이가 최근 60달러에 육박했다. 이 같은 ‘지리적 프리미엄’도 브렌트유 가격을 다소 끌어올렸다.
“또 공격당할라”…공포가 떠받친 유가
이코노미스트는 수요와 운임만으로는 유가가 ‘적정가치’를 크게 웃도는 이유를 다 설명할 수 없다고 짚었다. JP모건체이스는 브렌트유 적정가치를 최근 가격보다 20달러가량 낮게 보고 있다. 이 차이는 마지막 요인, 즉 추가 공격으로 걸프 지역 수출이 다시 막힐 수 있다는 공포를 반영한다.
실제 이란은 이달에만 최소 30척의 선박을 공격했다. 전쟁 이후 월간 기준으로 압도적인 최다 기록이다. 예멘 후티 반군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도시와 공항, 정유시설, 최근 복구된 동서 송유관까지 공격했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지난 22일까지 한 달간 브렌트유가 하루 2.5달러 넘게 움직인 8일 가운데 7일은 평화협상이나 긴장 고조 소식이 나온 날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다음달 3일 중간선거 이후 이란을 다시 공습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브렌트유 선물 거래량이 적어 상승 베팅 하나하나가 가격에 큰 영향을 주는 상황이다. S&P글로벌의 짐 버카드는 트럼프 대통령이 공습을 보류하면 유가가 며칠 안에 떨어지겠지만, 대규모 폭격과 이란·후티의 대규모 공격이 이어지면 배럴당 130~14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유가가 그만큼 치솟으면 중국의 넉넉한 원유 재고와 선진국들의 전략비축유가 풀릴 가능성이 크다. 다만 브렌트유 선물 가격 곡선과 정제마진, 선물 운임 등은 시장이 내년 상당 기간까지 공급 차질이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코노미스트는 “4월 트레이더들은 공황에 가까웠지만 지금은 체념에 가깝다”고 전했다.
한편 브렌트유는 이날 배럴당 114.8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이란과의 평화협상 재개를 모색하고 있다는 소식에 전날보다 소폭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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