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사라 장 "무대에서는 모두가 마음 편하길"

장병호 기자I 2024.12.09 18:00:47

10일부터 전국 13개 도시 리사이틀 투어
음악 신동으로 세계 무대 누비며 활약
팬데믹 이후 삶과 연주의 균형 찾게 돼
韓 젊은 클래식 연주자 활약엔 "놀라워"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하늘에서 내려준 음악의 천사가 찾아왔다.”

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왼쪽)과 피아니스트 훌리오 엘리잘데가 9일 서울 서초구 코스모스아트홀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연주를 하고 있다. (사진=크레디아)
1990년 지휘자 주빈 메타(88)가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신년음악회 협연자로 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44·한국명 장영주)을 소개하며 한 말이다. 당시 사라 장의 나이는 만 8세. 사라 장은 리허설도 없이 공연 당일 선곡한 파가니니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을 완벽하게 연주했다. 새로운 음악 신동의 탄생에 커튼콜은 여섯 번이나 이어졌다.

신동에서 세계 클래식 음악계를 대표하는 거장으로 자리 잡은 사라 장이 전국 리사이틀 투어로 한국 관객과 만난다. 2022년 후배 음악가들과 한국에서 함께 연주한 것을 제외하면 국내 리사이틀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전인 2019년 이후 5년 만이다.

사라 장은 9일 서울 서초구 코스모스아트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번엔 한국에서 많은 도시를 찾아가는데 처음 방문하는 도시도 많다”며 “연말을 맞아 한국에서 투어할 수 있게 돼 즐겁고 영광이다”고 소감을 말했다.

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왼쪽)이 9일 서울 서초구 코스모스아트홀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연주를 하고 있다. (사진=크레디아)
사라 장은 네 살 때부터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해 여섯 살에 줄리아드 예비음대에 전액 장학생으로 입학했다. 주빈 메타와 뉴욕 필하모닉과의 협연으로 세계 음악계의 주목을 받았다. 현재도 바이올리니스트로 전 세계 무대를 누비고 있다. 2022년 개봉한 케이트 블란쳇 주연의 영화 ‘타르’에서는 극 중 줄리아드 음대생인 맥스가 존경하는 연주자로 사라 장을 언급하는 장면이 등장하기도 했다.

이번 공연은 사라 장의 내년 데뷔 35주년을 앞두고 마련됐다. 10일 성남을 시작으로 울산, 고양, 익산, 청주 등 13개 도시를 찾는다. 오는 29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공연이 투어의 대미를 장식한다. 피아니스트 훌리오 엘리잘데가 함께 무대에 오른다. 두 사람은 같은 줄리아드 음대 출신으로 10여 년 전부터 음악 파트너로 호흡을 맞춰왔다.

사라 장은 2007년 TV 예능 프로그램 ‘무릎팍도사’에 출연해 연주자는 나이가 들어도 유명 오케스트라와 꾸준히 협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 말처럼 사라 장은 지금 해외 유수의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며 바쁜 스케줄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팬데믹 이후 연주자로서의 태도도 조금 달라졌다. 사라 장은 “삶과 연주의 균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유명 오케스트라와의 연주도 중요하지만, 연주가 끝난 뒤 음악적으로 행복을 느끼는 ‘의미 있는 음악회’가 더 하고 싶다”고 말했다.

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왼쪽)과 피아니스트 훌리오 엘리잘데가 9일 서울 서초구 코스모스아트홀에서 연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사진=크레디아)
한국의 젊은 클래식 연주자들의 활약에 대해선 “놀랍다”고 했다. 사라 장은 “예전엔 외국의 많은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한국은 어떤 나라냐’고 물어봤는데, 지금의 한국은 세계에서 클래식을 가장 사랑하는 나라 중 하나가 됐다. 한국 사람으로서 자부심을 느낀다”며 “나이 든 분들부터 어린아이까지 다양한 세대의 관객을 만날 수 있는 한국 공연은 더욱 특별하다”고 밝혔다.

선배 연주자로서 후배들에 대한 책임감도 느끼고 있다. 사라 장은 “어릴 때 정경화 선생님이 많은 조언을 해줬다. 연주자로서 나의 눈을 많이 열어주었다”며 “한국의 젊은 음악가들도 끈끈한 커뮤니티를 이룬다면 세계 음악계가 더욱 주목하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최근 한국의 혼란스러운 정치적 상황에서 하는 공연의 부담감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사라 장은 “복잡하고 바쁜 일이 있더라고 무대에서만큼은 모두가 마음 편히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힘든 상황일수록 음악의 위로가 더욱 필요하다는 의미였다.

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왼쪽)과 피아니스트 훌리오 엘리잘데가 9일 서울 서초구 코스모스아트홀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연주를 하고 있다. (사진=크레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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