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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제무역법원(Court of International Trade)은 7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월 발동한 10% 글로벌 관세가 1974년 무역법 122조(Section 122)에 따른 대통령 권한 범위를 벗어났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2대1 의견으로 “대통령의 새로운 포괄 관세 시도는 수입 할증관세(import surcharges)를 허용하는 법률상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원고들에게 부과된 관세는 법적으로 승인되지 않은 것(unauthorized by law)”이라고 판단했다.
판결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임명한 마크 바넷 수석판사와 클레어 켈리 판사가 다수 의견을 냈고,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지명자인 티머시 스탠스 판사는 반대 의견을 냈다. 스탠스 판사는 반대 의견에서 “법원은 대통령이 해당 조치가 필요하거나 적절하다고 판단한 사실관계 자체를 재검토할 권한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번 판결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이 연이어 사법부 판단에 가로막히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앞서 연방대법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해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을 근거로 시행했던 상호관세 조치에 대해 대통령 권한 남용이라고 판단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판결 직후 몇 시간 만에 새로운 10% 글로벌 관세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번에는 1974년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내세웠다. 해당 조항은 심각하고 지속적인 무역적자나 국제수지(balance of payments)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의회 승인 없이 최대 150일간 15% 이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다만 적용 대상은 “크고 지속적인 무역적자(large and persistent trade deficits)”와 국제수지(balance of payments) 문제 대응으로 제한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연간 상품무역 적자가 1조2000억달러에 달한다는 점을 근거로 들며 글로벌 관세 정당성을 주장했다. 그는 한때 관세율을 15%까지 올리겠다고 언급했지만 실제 시행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국제무역법원은 트럼프 행정부 해석에 동의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우선 의회가 1974년 해당 법을 만들 당시 대통령 권한을 “신중하게 제한(carefully cabin presidential discretion)”하려 했다고 전제했다.
재판부는 의회가 당시 법에 담은 것은 “근본적인 국제결제 문제(fundamental international payments problems)”와 “국제수지 적자(balance-of-payments deficits)” 대응이었다고 해석했다. 단순한 ‘상품 무역 적자’를 이유로 전 세계 수입품에 포괄 관세를 부과하도록 허용한 조항은 아니라는 취지다.
재판부는 트럼프 행정부 주장처럼 해당 법 문구를 현재 상황에 맞게 광범위하게 해석할 수는 없다고 봤다.
워싱턴주만 관세 적용 중단...왜?
다만 이번 판결이 곧바로 미국 전체 수입업체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국제무역법원은 전국 단위 효력정지 명령(universal injunction)은 내리지 않았다.
특히 민주당 주도의 24개 주 연합 가운데 워싱턴주만 관세 적용 중단 대상에 포함된 점도 눈길을 끌었다. 법원은 대부분 주 정부가 직접 수입업체가 아니어서 관세 피해를 입증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반면 워싱턴주는 산하 공공 연구기관인 워싱턴대가 실제 수입 과정에서 관세를 납부했다는 자료를 제출했다. 즉 관세로 인한 직접 피해를 입증한 유일한 주 정부였던 셈이다.
이 때문에 법원은 워싱턴주에 대해서만 소송 자격(standing)을 인정했다. 미국 법원은 일반적으로 실제 피해를 입증한 당사자에게만 위헌·위법 소송 자격을 부여한다.
잇단 법원 패소에도…트럼프 301조 강행할듯
이에 따라 다른 수입업체들에는 관세가 계속 적용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항소할 경우 관세 체계 역시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 이번 10% 글로벌 관세는 원래 오는 7월 종료 예정이었다. 트럼프 행정부 역시 이후에는 또 다른 법적 근거인 무역법 301조(Section 301)를 활용해 새로운 관세 체계로 전환할 계획이다.
301조는 다른 국가의 불공정 무역행위에 대응하기 위한 조항으로, 조사 및 의견수렴 절차 등 수개월 과정이 필요하지만 법적 기반은 상대적으로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과잉 산업생산 국가들과 강제노동 제품 차단에 미흡한 국가들을 겨냥한 301조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현재까지 해당 조사 자체를 대상으로 한 소송은 제기되지 않았다.
한편, 이번 판결은 국제무역법원이 기존 관세 환급 문제를 다루는 와중에 나왔다. 앞서 연방대법원이 무효 판단을 내린 관세로 정부가 거둬들인 금액은 1660억달러 이상에 달한다. 현재 기업들이 환급을 요구하며 제기한 소송만 3000건이 넘는다.
이번 소송 원고인 향신료 업체 벌랩 앤 배럴(Burlap & Barrel)과 장난감업체 베이식 펀(Basic Fun!)은 150일 동안 각각 6만달러와 69만달러 규모 관세 부담이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