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에 수위조절 나선 北…환영도 위협도 없어

장영은 기자I 2016.11.11 19:48:56

오바마 정부 등 과거 美 대북정책 실패 강조
직접적인 환영이나 위협 언급 없어…수위조절하며 견제 나선 듯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9일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새로운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북한의 속내도 복잡하게 됐다. 북한은 최근 대외선전매체 등을 통해 트럼프를 지지하는 입장을 비춰왔지만 트럼프가 실제로 어떤 대북정책을 펼지는 북한으로서도 예측하기 어려운 문제일 수밖에 없어서다.

특히 트럼프는 선거기간 북한 혹은 한반도와 관련 상호 모순된 발언을 이어가 혼란을 줬다. 그는 김정은과의 대화 가능성, 주한 미군 철수, 핵무장 허용, 남북한 전쟁에 대한 불개입 등 북한이 마음에 들어 할 만한 발언도 했지만 김정은을 ‘미치광이’라고 하는가 하면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김정은을 사라지게 하겠다는 말도 했다.

이를 감안한 듯 북한측에서도 트럼프 당선 이후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내심 지지 의사를 밝혀왔던 트럼프의 당선에 환영보단 낮은 수준의 경고와 위협 사인을 보내며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이다. 북미간 공식적인 외교 채널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상황에서 최대 현안인 북핵 문제에 대한 자신들의 입장을 신(新) 행정부 정책에 반영시키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 바로 다음날인 10일자 노동신문에서는 ‘미국의 대조선 제재 압살 책동은 파산을 면할 수 없다’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대조선 제재 압살에 광분한 미 집권자들의 가련한 운명은 제재가 얼마나 허황한 것인가를 명확히 실증해주고 있다”며 앞선 미국 정부의 대북 정책 실패를 지적하고 나섰다.

논평은 제임스 클래퍼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미국외교협회(CFR) 주최 세미나에서 이른바 ‘북한 핵포기 불가’ 발언을 한 것을 가리켜 ‘심중한 충고’라며 미국 정책 작성자들이 이를 참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인 조선신보도 ‘격화되는 조미대결과 위기수습의 방도’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트럼프는 오바마의 패배에서 역사적 교훈을 찾는 것이 좋다”며 “달라진 조선의 전략적 지위를 바로 보고 지금도 교전관계에 있는 상대의 요구를 진지하게 검토하는 냉정하고 합리적인 태도가 불가결하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이어 11일에는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서해북방한계선(NLL)과 인접한 마합도를 시찰했다며 군사 행보를 공개했다.

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포격훈련을 참관하고 “싸움이 터지면 마합도방어대 군인들이 한몫 단단히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다만 미국을 겨냥한 적대적인 언급이나 북측의 도발 가능성을 시사하는 내용은 보도에 없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북한이 적극적인 입장 표명이나 과격한 도발 보다는 사태를 관망하면서 ‘견제구’를 날릴 방향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이날 ‘트럼프 정부의 대북정책과 북미관계 전망”이라는 글에서 “북한은 트럼프 당선자 인수위 시절이나 대통령 취임 후 정책검토 기간에 미국측으로부터 사전 조율되지 않은 강경 발언들이 나오게 되면 이에 대해 되받아치는 식으로 반응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이어 “북한은 필요한 경우 또 기회가 포착되면 트럼프 정부에 주요 현안들에 대한 나름대로의 새로운 제안을 내놓음으로써 향후 4년간 대화와 협상의 기회를 탐색하려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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