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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 후 가상자산 은닉…"조세범죄, 끝까지 추적해 환수"

최오현 기자I 2025.01.24 16:30:00

■대한민국 중점검찰청을 가다-⑧서울북부지검
국제화·지능화되는 조세범죄 대응 전문성 필수
"형법상 범죄집단 최초 의율…처벌 강화돼야"
국가재정범죄 합수단 참여…국세청 등과 협력

산업·금융·IT·보건 등 개인과 국가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분야들에서 범죄가 진화하고 있다. 각 검찰청은 수사분야의 특성에 따라 특화한 전문 수사분야를 담당하며 주요 범죄 대응 역량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대검찰청이 지정한 ‘중점검찰청’을 총 11회에 걸쳐 만나본다. ①‘첨단산업보호’ 수원지검 ②‘사이버범죄’ 서울동부지검 ③‘국제범죄’ 인천지검 ④‘식품의약안전’ 서울서부지검 ⑤‘환경범죄’ 의정부지검 ⑥‘특허범죄’ 대전지검 ⑦‘금융범죄’ 서울남부지검 ⑧‘조세범죄’ 서울북부지검 ⑨‘해양범죄’ 부산지검 ⑩‘산업안전’ 울산지검 ⑪‘자연유산보호’ 제주지검 [편집자주]

서울북부지검 조세범죄부 소속 안광현(오른쪽부터) 부장검사와 홍민유(47·변호사시험 1회)·박동준(43·사법연수원 45기)·김용선(41·변시 6회) 검사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태형 기자)
[이데일리 최오현 기자] 생활용품에서부터 골드바까지 항목을 가리지 않고 서류를 조작해 세금을 탈취하고 가상자산으로 이를 은닉하는 등 조세범죄 수법이 날로 진화하고 있다. 이들을 매의 눈으로 추적하는 이들이 있으니 바로 서울북부지검 조세범죄조사부 소속 검사들이다. 서울북부지검은 지난 2021년 1월 조세범죄 전문 중점청으로 지정돼 올해로 4주년을 맞았다. 안광현(46·사법연수원 35기) 서울북부지검 조세범죄조사부 부장검사는 24일 “경제 글로벌화에 따라 조세범죄의 양상도 국제화, 대규모화, 지능화되고 있다”며 “검찰은 국내외로 빼돌린 범죄수익을 끝까지 추적·환수하기 위해서 유관기관과 긴밀히 협조해 빈틈없이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범죄에도 약한 처벌…북부지검, 최초 ‘범죄조직’ 의율 시도

안 부장검사가 이끄는 서울북부지검 조세범죄조사부는 국세와 지방세 등을 고의로 포탈하는 개인과 법인 등을 추적해 탈루한 세금을 환수하고 이에 응당한 처벌을 받도록 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날로 고도화하는 조세범죄 대응을 위해 2015년 서울북부지검은 자체적으로 재정조세범죄 중점수사팀을 발족했다. 이후 대검찰청은 2020년 2월 서울북부지검에 조세범죄 형사부를 신설했고 2021년 1월 북부지검을 조세범죄 중점청으로 지정했다.

조세범죄는 크게 국세와 지방세로 분류되고, 국세는 관할 행정청에 따라 내국세와 관세로 나눠진다. 북부지검이 다루는 조세범죄 유형 중에는 개인의 내국세 범죄가 주를 이룬다. 정당하게 부과된 세금을 회피하기 위해 허위 세금계산서를 작성하거나 매출을 부풀린 허위세금계산서로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다단계 수법으로 유통 거래를 길게 형성한 뒤 그 사이마다 허위계산서를 발행하는 형식이 많이 발각된다. 그렇게 유통 고리가 길어지다보면 일부 이상한 지점이 발견되도 경찰과 세무서가 관할 지역 업체에만 국한해 수사·조사하는 경우도 생긴다. 안 부장검사는 “그러면 조직적 범죄가 밝혀지지 않고 고리가 끊겨 중대한 범죄임에도 가볍게 기소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북부지검은 지난해 12월 유령 사업체 수십여개를 차려 조직적·반복적으로 허위 세금계산서를 수수하고 조세를 포탈한 부가가치세 자료상 조직을 적발해 3명을 구속기소했다. 특히 이 사건에서 조세범죄인 ‘부가가치세 자료상 조직’을 최초로 형법상 ‘범죄집단’으로 의율했다. 상대적으로 법정형이 낮은 단순 세법위반 혐의가 아닌 범죄집단 조직 및 가입·활동 혐의를 적용해 더욱 무겁게 단죄하기 위해서다.

안 부장검사는 이 사건에 대해 “말단인 유령 사업체 명의자를 수사하던 중 조직적 범행임을 간파하고 전국에 흩어진 관련 사건을 전부 이송받아 끈질기게 수사해 범행의 전모를 규명했다”며 “보이스피싱 사례를 벤치마킹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달에는 530억원 상당의 허위세금계산서를 수수해 20억원을 탈루한 대형 조선사 하도급업자와 배후 조직원 등 9명에 범죄조직 가입·활동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기는 성과를 냈다. 골드바 판매, 화장품 수입 등에 부과되는 세금을 줄이기 위해 세금 자료를 조작한 유통업자들을 기소한 사례도 있다. 또 북부지검은 한국수력원자력으로부터 새만금 수상태양광사업 관련 청탁을 받으며 뇌물을 수수한 신영대 전 국회의원을 기소하기도 했다.

(그래픽=김일환 기자)
◇불송치 사건 직접 보완…유관기관 협력 노력도

요즘에는 가상자산을 통해 범죄수익을 은닉하는 등 조세·재정 범죄가 날로 지능화·대형화·국제화되면서 관련기관과 협력을 강화할 필요성도 커졌다. 이에 북부지검도 국세청, 관세청, 금융감독원 등 범정부 전문인력으로 구성된 국가재정범죄 합동수사단에 참여하고 있다.

안 부장검사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전문성을 쌓아온 조세범죄 조사부는 국가재정범죄 합동수사단과 협업하고 있다”며 역외탈세범죄 등 공조가 필수적인 범죄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입법 논의 중에 있는 가상자산 자체에 대한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 등 세법 변화에 대해서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북부지검은 법령 공백을 메우는 자체 프로그램도 지속해서 발전시켜나갈 예정이다. 2022년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경찰 불송치 결정에 고발인이 불복할 수 있는 수단이 없어지면서 북부지검은 지난해 6월부터 자체적으로 고발인에게 추가 의견을 발언할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관내 경찰 불송치 조세사건에 대해 고발 세무공무원에게 직접 추가자료 제출 및 의견 진술 기회를 부여하고, 검사는 이를 바탕으로 경찰에 대한 재수사 요청하는 식이다. 안 부장검사는 “최근 관내 5곳 세무서장들과의 간담회, 조세범죄 업무협의회, 서울지방국세청 및 산하 세무서 측에서는 위 제도에 대해 매우 긍정적이었다”며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필요적 의견청취 제도’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북부지검 조세범죄조사부는 중점검찰청으로 지정된 이래 전문성을 요하는 조세범죄에 수사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환경적으로 조세범죄에 대한 수사·연구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국내 유일 세무전문대학원이 있는 서울시립대를 포함해 관내에 19개 대학·부설연구소가 있다. 2015년부터는 매년 고려대·경희대·서울시립대·한국외대 4개 법학전문대학원과 학술대회를 개최해 전문가들과 교류를 증진하고 신종 범죄 대응 체계 등을 논의하고 있다.

안광현 서울북부지검 조세범죄조사부 부장검사가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태형 기자)
안 부장검사는 “중점청 지정으로 조세범죄 수사 경험 및 노하우 축적으로 인한 수사역량을 제고할 수 있으며 유관기관, 학계 및 법조인들과의 긴밀한 협력관계를 통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면서 “앞으로도 조세범죄 수사의 거점 검찰청 기능을 수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신 수사기법 공유, 조세 전문검사 커뮤니티 운영 강화, 관련 학회와의 세미나 지속 추진, 조세분야 전문가들과 교류 증진 등을 통해 조세범죄 수사 노하우를 체계적으로 축적해 명실상부한 조세범죄 중점 검찰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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