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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에너지는 100% 자회사 굿스플로에 대해 매각을 포함한 모든 옵션을 열어두고 사업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시장에서는 대외 불확실성 등을 고려했을 때 최대 500억원 안팎의 가격이 거론되고 있다.
굿스플로는 배송정보 솔루션, 풀필먼트 솔루션 등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풀필먼트란 여러 판매자들의 상품을 공동 보관하며 재고관리, 포장, 검수, 출고, 배송 등 복잡한 물류 과정을 효율적으로 일괄 처리하는 것을 뜻한다.
SK에너지는 지난 2020년 운영하던 공유택배 플랫폼인 줌마를 굿스플로와 합병하는 방식으로 굿스플로 지분 41%를 확보한 바 있다. 이후 SK에너지는 최대주주인 정태진 대표 보유지분 44%를 포함해 추가로 인수해 2023년 굿스플로를 100% 자회사로 편입했다. 당시 SK에너지는 지분 인수를 위해 340억원을 투입했다.
SK에너지가 굿스플로 매각을 결정한 것은 시너지 창출이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직영 주유소에 대한 물류센터 전환 작업이 사실상 중단된데다 관련 자산 매각 작업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굿스플로와의 협업 여지가 크게 줄어든 것이다.
SK에너지는 굿스플로 인수 당시 직영 주유소에 대한 물류센터 전환에 속도를 내는 등 물류사업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하지만 물류센터 전환에 따른 사업성이 예상보다 낮았고 굿스플로와의 협업 역시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하면서 사업 유지보다는 매각 쪽으로 선회했다.
실제 SK에너지는 굿스플로 영업권 458억원을 모두 손상차손 처리했다. 지난해 굿스플로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자산가치가 하락했고 향후 5년간 예상되는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사업가치를 재평가한 결과 영업권 회수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손상차손은 실제 가치가 장부 가치보다 낮아졌을 때 재무제표에 손실로 반영하는 회계처리를 말한다. 앞서 SK에너지는 지난 2021년 1월 굿스플로를 인수하면서 프리미엄으로 458억원의 영업권을 인식한 바 있다.
통상 기업 인수과정에서 프리미엄을 인식한 상황에서 영업권을 손상차손하는 경우 해당 기업의 가치가 하락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SK에너지가 굿스플로의 회생 가능성을 현저히 낮게 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 주유소 자산 매각도 속도
SK리츠가 SK에너지의 직영 주유소 자산에 대해 매각에 나선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SK리츠는 보유하고 있는 SK에너지 직영 주유소 자산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11월 기준 31개의 직영 주유소에 대한 매각을 추진했고, 이 중 6곳이 지난해 10월 260억원에 매각됐다. SK리츠가 해당 자산 정리 작업을 마치게 되면 보유 주유소 수는 114개에서 83개로 줄어든다.
여기에 SK그룹이 고강도 리밸런싱 작업을 추진하면서 굿스플로에 대한 매각 결정도 빨라졌다. 현재 SK는 우량자산은 내재화하고 미래먹거리는 사업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재편 중이다.
이차전지를 비롯한 미래사업 투자 과정에서 불어난 차입금이 재무건전성 악화로 이어지면서 비핵심 자산에 대한 정리에 나선 것이다. SK(034730)㈜ 가 지난해 청산 및 매각을 통해 정리한 계열사는 총 83곳으로 전년 37곳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다만 이와 별개로 시장에서는 최근 택배를 비롯한 물류 시장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굿스플로의 가치를 모두 인정받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국내 택배 시장은 이커머스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택배 물량 성장률이 2~3%대에 머물고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굿스플로도 SK그룹의 리밸런싱 과정에서 비핵심자산으로 분류돼 매물로 나온 것으로 안다”면서도 “최근 시장 상황을 고려했을 때 SK에너지가 인수했을 당시의 가치를 인정받기에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굿스플로는 지난해 283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해 적자 전환했다. 이 여파로 같은 기간 자본은 391억원에서 109억원으로 4분의 1토막 났고 보유 자산도 475억원에서 200억원으로 57.9%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