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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싸서 토핑 뺐더니 심야요금 폭탄"…일본 물가 '초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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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성훈 기자I 2026.10.27 12: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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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물가 '비상'…서민 대표 '코코이치 카레'마저 2000엔, '심야요금'까지
중동 위기·엔저에 '3차 물가 파도'
인건비 상승까지 겹쳐 "가격인상 불가피"
월급은 물가 못따라가…지갑 닫는 가계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일본 도쿄의 카레 체인점 ‘코코이치방야’(코코이치). 49세 직장인 남성은 최근 주문 태블릿에 찍힌 금액을 보고 깜짝 놀랐다. 토핑을 얹었더니 가격이 2000엔(약 1만6850원)을 넘었기 때문이다. 그는 결국 소시지를 뺐다. 하지만 주문을 확정하자 처음 보는 ‘심야요금’ 130엔(약 1100원)이 붙어 1992엔(약 1만6790원)을 냈다.

일본에서 ‘인건비’를 이유로 제품·서비스 가격을 올리는 기업이 급증하고 있다. 5년째 이어진 인플레이션의 성격이 바뀌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지난 10일 일본 오키나와현 나하의 한 식당에서 고객들이 키오스크로 아침 식사를 주문하고 있다.(사진=AFP)
지난 10일 일본 오키나와현 나하의 한 식당에서 고객들이 키오스크로 아침 식사를 주문하고 있다.(사진=AFP)
‘인건비’ 내세워 줄줄이 인상…“소비자도 익숙해져”

아사히신문은 27일 데이코쿠데이터뱅크의 주요 식품업체 195개사 조사를 인용해 가격이 오른 식품 품목 가운데 인건비를 인상 사유로 꼽은 비중이 올해 1월 66%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2023년 1월까지만 해도 10%에 그쳤지만 지난해 1월 50%를 넘어선 데 이어 올해 더욱 늘어난 것이다. 원재료 가격 상승을 꼽은 비중은 2023년 이후 줄곧 80~90%대였다.

서민 대표 체인으로 불리는 코코이치도 가격 인상을 피하지 못했다. 지난달 이 기업은 약 2년 만에 토핑 12종 가격을 평균 17% 올렸다. 오후 10시~오전 5시엔 7%의 심야요금도 새로 받기로 했다. 구즈하라 마모루 사장은 “인건비가 급등해 다른 회사처럼 심야요금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외식업체 링거헛은 지난 2월 대표 메뉴 나가사키 짬뽕 값을 40엔(약 340원) 올려 860엔(약 7250원)으로 책정했다. 큐피는 5년여 동안 6차례 가격을 올렸다. 마요네즈(450g) 가격은 350엔(약 2950원)에서 다음달 565엔(약 4760원)으로 60% 오른다.

링거헛은 가격을 올리면서 고객 수가 올 상반기 2.4% 줄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0.4% 늘었다. 링거헛 사장은 “손님들이 ‘가격 인상’이라는 말에 익숙해져 어느 정도 받아들이는 분위기인 것 같다”고 했다. 곳곳에서 가격 인상이 잇따르다 보니 소비자들도 무뎌졌다는 얘기다. 구즈하라 사장도 “소비자도 이젠 익숙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비용이 늘어 어쩔 수 없이 가격을 올리는 곳도 있다. 한 상장 의류업체 사장은 “가격 전가가 쉬워졌다기보다 하지 않을 수 없다”며 “다 같이 올리면 무섭지 않다”고 했다. 반면 일부 기업들은 가격 전가를 통해 이익을 불리고 있다. SMBC닛코증권 집계에서 일본 상장사들의 올해 3월 결산 순이익 합계가 5년 연속 사상 최대를 기록한 배경이다.

디플레 벗어나니 ‘3차 파도’…중동 위기에 엔저까지

1990년대 후반부터 디플레이션을 겪은 일본에선 인건비를 이유로 가격을 올리기 어려웠다. 임금 인상분은 기업이 스스로 흡수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원자재 가격이 치솟으며 ‘1차 파도’가 왔다. 2024년엔 엔저와 인건비·쌀값 상승이 ‘2차 파도’를 일으켰다. 춘투(봄철 임금협상) 임금 인상률은 2024년부터 3년 연속 5%대를 기록했다. 일손이 부족한 상황에서 임금을 올리지 않으면 직원이 떠날 수 있어서다. 원재료 가격뿐 아니라 임금 인상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가격 인상도 확산됐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2월부터는 중동 위기로 촉발된 ‘3차 파도’가 진행 중이다. 지난 9월 신선식품을 제외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1%로 9개월 만에 2%를 넘었다. 정부 보조금으로 억누른 에너지 가격 효과를 빼면 상승률은 더 높아진다. 달러당 157엔대까지 떨어진 엔화 가치도 에너지 등 수입 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기업 간 거래 물가를 보여주는 기업물가지수는 6.8% 올라 5개월 연속 6%를 웃돌았다.

일본은행(BOJ)은 조만간 물가 목표 2%에 사실상 도달했다는 견해를 밝힐 가능성이 크다. 다만 임금과 물가가 서로를 끌어올리며 물가가 예상보다 빨리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본 도쿄의 한 슈퍼마켓에서 손님이 장을 보고 있다.(사진=AFP)
일본 도쿄의 한 슈퍼마켓에서 손님이 장을 보고 있다.(사진=AFP)
소비자 89% “1년 뒤도 오른다”…지갑 닫는 가계

소비자 부담은 커지고 있다. 이달 발표한 BOJ 조사에서 “1년 뒤에도 물가가 오를 것”이라는 응답은 약 89%에 달했고, 1년 뒤 예상 상승률은 평균 11.8%, 5년 뒤도 10.1%였다. 1년 전보다 “여유가 없어졌다”는 응답도 50%를 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노무라종합연구소 조사에선 식품값이 오르면 더 싼 제품으로 바꾸겠다는 응답이 41.7%, 대용량 제품을 사겠다는 응답이 29.2%였다.

소비자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가장 큰 원인은 임금 인상 속도가 물가 상승을 따라가지 못하는 데 있다. 물가를 반영한 실질임금은 2022년부터 4년 연속 감소했다. 올해 플러스로 돌아섰지만 그간의 감소분을 만회하진 못했다. 가계 저축률은 지난해 마이너스 0.5%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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