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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윤 어게인’이라고 적힌 피켓이 한남동 일대 지지자들의 분위기를 대변하고 있었다. 이날 오후 1시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자유통일당도 윤 전 대통령 지지 집회를 열고 윤 전 대통령이 다시 돌아와야 한다는 취지의 목소리를 냈다. 집회 참가자들 옆으로는 곳곳에 ‘YOON AGAIN’이라는 포스터가 붙어 있었고, 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부정선거 논란 등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되던 지난 4일 저녁부터 이곳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는 50대 남성 A씨는 “목이 터져라 윤 전 대통령 들으라고 왔다”며 “윤 전 대통령이 복귀할 때까지 정말 목숨을 걸고 투쟁하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또 윤 전 대통령 파면을 선고한 헌법재판소와 탄핵 심판에 대해서도 “처음부터 불법이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탄핵소추안이 발의된 것 자체가 불법인데 그걸 따라가는 건 개, 돼지다”며 “윤 전 대통령님도 지금 관저에서 퇴거하지 않는 이유가 언제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발표를 할지 고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현장에서 만난 여성 B씨도 “아마 다시 대통령 선거에 나오실 것”이라며 태극기를 흔들었다.
윤 전 대통령은 탄핵소추 사유 5가지가 모두 인정돼 파면됐지만, 지지자들은 그가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굳건히 믿는 모습이다. 탄핵 정국에서 보수 스피커 역할을 해 온 한국사 강사 전한길(55)씨는 지난 7일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윤 어게인’을 지지한다”며 “다가오는 대선에서 반드시 승리해 개헌을 통해 헌재가 가루가 되도록 할 것이며 우리가 옳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할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날 오후 8시쯤에도 보수단체 자유대학 측은 서울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부터 한남동 관저 방면으로 ‘윤 AGAIN’ 집회와 행진을 열겠다고 신고한 상태다. 지지자들은 윤 전 대통령이 관저에서 퇴거할 때까지 현장을 지키며 농성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윤 전 대통령의 관저 퇴거 날짜는 아직 명확하게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이번 주 후반쯤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윤 전 대통령이 직을 상실하며 관저에 머물 수 있다는 법적 근거는 없지만 언제까지 관저를 비워야 한다는 명시적 규정도 없는 상황이다. 퇴거 시점이 늦어지는 까닭은 사저인 서울 서초구 서초동 아크로비스타에서의 경호 동선 등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파면 이후 56시간 만에 청와대를 나와 서울 삼성동 사저로 이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