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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녹슨 배관에 AI 두뇌 심었다…'환갑' SK울산CLX의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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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빈 기자I 2026.09.15 14:0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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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개 복합공정·설비 점검에 AI 접목
생산 최적화부터 안전관제까지 기능
여유인력은 전기화 등 미래 산업에 투입
2030년까지 연간 1000억원 비용 절감 목표

[이데일리 이수빈 기자] “이 공장 자체가 거대한 피지컬이고, 이곳의 설비를 관리하는 의사 결정은 365일 24시간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 관리 체계에 AI를 도입한다면 이곳이 전체적인 피지컬 AI 생태계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10일 울산시 남구에 위치한 SK이노베이션 울산컴플렉스(CLX, Complex)에는 여의도의 3배에 달하는 250만평의 거대한 부지에 수십개의 굴뚝과 수천개의 배관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다. ‘ㄱ’, ‘ㄷ’ 모양으로 꺾인 철제 배관 곳곳에는 오랜 세월을 견뎌낸 흔적처럼 녹이 슬고 칠이 벗겨진 모습이었다. 고온의 석유·석유화학 제품을 실어 나르는 이 배관을 모두 연결하면 약 60만㎞, 울산에서 달까지 갔다가 절반 가량 돌아올 수 있는 길이다.

SK울산Complex 전경사진.(사진=SK)
SK울산Complex 전경사진.(사진=SK)
1964년 국내 최초의 정유공장으로 출발한 SK이노베이션 울산CLX는 60년 넘는 시간동안 정유·석유화학 설비를 잇따라 확충하며 거대한 복합단지로 성장했다. 정문 바로 앞에 있는 본관에서 버스를 타고 공장 단지로 들어서면 1964년 가동한 대한민국 최초의 정유공장인 제1정유공장이 나타난다. 그 옆에는 2020년 신설된 젊은 공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루 4만 배럴의 친환경 석유 제품을 생산하는 곳이다. 두 공장이 나란히 서서 정유 산업의 변화를 함께 보여주고 있었다.

공장을 둘러보는 동안 내부를 돌아다니는 직원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SK이노베이션 울산CLX에는 약 3000명의 직원들이 각 공장의 통제실을 중심으로 설비와 공정을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겉보기엔 노후한 이 공장은 어느덧 환갑을 넘겼지만 사람의 경험과 AI의 분석 능력을 결합한 ‘듀얼 브레인’ 운영 체계를 통해 SK그룹의 제조AX 테스트베드로 거듭났다.

SK울산Complex 전경사진.(사진=SK)
SK울산Complex 전경사진.(사진=SK)
거대한 공장, 복잡해지는 관리…해법은 ‘듀얼 브레인’

울산CLX는 하루 84만 배럴을 처리하는 국내 최대 원유 처리 시설이다. 98개의 복합공정이 서로 얽혀 있어 한 공정의 운전 조건이 다른 공정의 생산량과 품질, 수율, 에너지 사용량까지 좌우한다. 수십m 높이의 배관과 설비를 사람이 일일이 점검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여기에 2030년 베이비붐 세대의 퇴직으로 숙련 인력의 상당수가 빠져나갈 것으로 예상되면서 60년간 축적된 현장 경험을 데이터화하는 것도 과제로 떠올랐다.

이 해결책으로 제시된 것이 바로 ‘듀얼 브레인’이다. AI가 24시간 설비와 공정을 관측·분석·예측하고, 최종 판단은 현장 엔지니어가 내리는 ‘휴먼 인 더 루프’ 방식이다.

울산CLX는 이를 “시간·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사람의 판단에 직접 참여하는 AI”로 정의한다. 사람을 대신해 결정하는 AI가 아니라, 한정된 시간과 시야로는 놓치기 쉬운 변화를 상시 감지해 판단 과정을 보조하는 AI라는 의미다.

울산CLX의 AX는 2026년 예측 모델과 연계 에이전트 개발·검증에서 출발해, 2027년 데이터 인프라 확충, 2028년 브레인 AI 신뢰성 확보와 업무 방식 전환을 거쳐 2030년 이후 듀얼 브레인 운영체계를 정착시키는 단계로 짜여 있다. 목표는 연간 약 1000억원 규모의 비용 절감과 설비 가동정지 제로, 중대재해 제로다.

관람객들이 지난 10일부터 사흘간 울산시 울주군 울산전시컨벤션센터(UECO)에서 열린 울산세계미래산업박람회(WAVE2026) SK 전시관에서 제조 AX 관련 전시 콘텐츠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사진=SK)
관람객들이 지난 10일부터 사흘간 울산시 울주군 울산전시컨벤션센터(UECO)에서 열린 울산세계미래산업박람회(WAVE2026) SK 전시관에서 제조 AX 관련 전시 콘텐츠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사진=SK)
전시장에 옮겨온 울산CLX의 미래

이 같은 구상은 지난 10~12일 울산전시컨벤션센터(UECO)에서 열린 ‘울산세계미래산업박람회’(WAVE 2026)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10~11일 연이어 찾은 SK의 전시장에는 기업 관계자들이 진지한 모습으로 SK가 제조업 분야에 도입하려는 AI 활용 방안을 살펴보고 있었다.

SK 부스는 AI 데이터센터를 형상화한 미디어월에서 시작해 울산CLX 모형으로 이어졌다. 데이터센터와 제조 현장을 AI로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울산CLX AI 적용 분야는 크게 △생산 최적화 △설비 신뢰성 △안전·보건·환경(SHE)으로 나뉜다.

생산 최적화 AI는 원유 종류와 처리량 등 실시간 데이터를 분석해 공정의 최적 운전 조건을 제시한다. 실제 부스에 마련된 ‘단일 공정 운전 최적화’ 체험존에서는 냉각·가열 에너지를 조정해 효율을 올리는 작업을 체험할 수 있었다.

11일 부스를 체험하러 온 울산에너지고등학교 학생들도 이를 체험하기 위해 줄을 서 있었다. 학생들은 이리 저리 수치를 조정해봤지만 AI가 순식간에 100%의 효율을 내는 정답을 가져오는 것을 보고 놀라기도 했다. 정보성 학생은 “AI가 도와주니 확실히 빨리 효율적인 수치를 찾을 수 있는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설비이상을 미리 AI로 점검하고 정비 계획도 세울 수 있다. SK가 공개한 회전기기 모니터링 플랫폼 ‘SKADI’는 펌프 등 주요 회전기기의 진동과 온도 변화를 실시간으로 점검해 이상징후와 원인을 먼저 파악한다. 이후 정비 계획 AI가 이 데이터를 넘겨받아 최적의 정비 시점과 작업 계획을 제안하게 된다. 현대자동차 유니폼을 입고 SK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은 “SK가 구상한 설비 안전 진단이 현대자동차에서 생각하는 방향과 비슷해 관심있게 살펴봤다”고 말했다.

안전·보건·환경(SHE) 영역에는 통합 안전관제 플랫폼 ‘쉴드’(SHIELD)를 준비하고 있다. 자체 개발한 실시간 영상관제 시스템에 영상인식(Vision) AI를 결합해 사람 중심의 현장 순찰을 AI 기반 24시간 현장 관제로 발전시킨다는 구상이다.

AI 도입이 인력 감축으로 이어지지 않겠냐는 질문에 정창훈 울산CLX 제조AI팀장은 “석유화학 공장은 인력 집약이 아닌 장치 집약 산업으로 현장 인력 자체가 많지 않아 인력 축소가 목표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대신 AI가 24시간 실시간 모니터링을 대체하면서 생기는 여유 인력을 전기화(electrification) 등 미래 산업 분야와 AX 추진 인력으로 재배치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SK이노베이션은 자체 개발한 AI 모델과 플랫폼을 동종업계에 판매하는 사업화 가능성도 모색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지난 10일 현장을 찾아 1인 1에이전트 활용 모습을 점검했다. 최 회장은 “굴뚝산업이라고 AI를 안 쓰는 게 아니다”라며 “이노베이션이 변화하고 있고, AI를 이용해 에너지 솔루션을 만들고 AI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기화 솔루션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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