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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을 끄는 건 한국에 대해 점진적인 독재화 경로를 걷고 있다고 본 것이다. 이 연구소는 지난해 한국을 독재화가 진행 중인 나라로 소개했는데, 올해도 마찬가지로 ‘독재화가 더욱 진행중인 국가’로 2년 연속 평가했다.
그러면서 지난해까진 한국을 ‘자유 민주주의’ 국가로 분류했지만, 올해는 ‘선거 민주주의’로 강등했다. 이 연구소는 국가 정치체제를 △자유 민주주의 △ 선거 민주주의 △ 선거 독재체제 △ 폐쇄된 독재체제 등 네 단계로 나누고 있는데, 한국을 한 단계 하향시킨 것이다.
호주와 벨기에, 독일, 일본, 미국 등 29개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한국을 비롯한 오스트리아, 캐나다, 그리스, 브라질 등 59개국은 선거 민주주의로 분류했다.
구체적으로 언론 자유 침해, 사법부 독립성 약화, 야당 탄압 및 정치적 공정성 훼손이 나타나고 있다고 봤다. 보고서는 “한국은 최근 몇년간 비판적인 언론인과 매체에 대한 압박이 증가하고 있으며, 사법부가 정치적 압력을 받으며 독립성을 점점 상실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민주주의 사회에서 반대 의견이 보호받아야 하지만, 현재 한국에서는 정치적 반대 세력에 대한 억압이 증가하고 있다”고 봤다. 아울러 “온라인에서도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정책이 강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민주주의 지수는 전체 순위에선 41위였지만, ‘심의 민주주의 지수’에선 가장 낮은 48위로 평가받았다. 심의 민주주의는 특정 정책이나 사안에 대한 공공의 논의가 얼마나 포용적인지, 반대 의견을 내는 상대에 대한 존중이 있는지, 합의에 도달할 때까지 논쟁이 얼마나 잘 이뤄지는지에 따라 지수를 측정한다.
한국의 민주주의 지수가 낮아진 보고서가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달 27일 나온 영국 경제분석기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 보고서에서도 한국은 민주주의 지수에서 지난해보다 무려 10계단 하락한 32위를 기록했으며, 결함 있는 민주주의 국가로 분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