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는 약 10개월 동안 진행된 페이스북 이용자들의 불편이 전기통신사업법상 금지행위인 이용자 이익저해행위로 판단했다. 이에따라 ①시정명령 받은 사실의 공표 ②업무 처리절차 개선 ③과징금 3억 9600만원 부과 등을 의결했다.
페이스북은 콘텐츠 제공사업자로서 인터넷 접속 품질에 대한 책임을 부담할 수 없으며, 응답 속도가 느려졌다고 해도 체감할 수준이 아니며, 이용약관에 서비스 품질을 보장할 수 없다고 명시한 만큼 법 위반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방통위는 페이스북이 명확한 사전 고지 없이 직접 접속경로를 변경한 주체로서 책임이 있고, 응답속도가 2.4배 또는 4.5배 느려진 것은 현저한 수준이며, 페이스북의 이용약관상 면책조항은 부당하다며 페이스북 입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시정명령과 별개로 이용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할 수 있는 페이스북의 이용약관에 대해서도 개선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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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몇몇 상임위원들은 방통위 사무처가 올린 과징금을 깎아줘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논란이다. 구글과 달리 페이스북은 조사에 협조를 잘했고, 본사에서 고위 임원(캐빈 마틴 부사장)이 방문하는 등 노력한 점을 고려해 과징금 없이 시정명령만 부과하거나(표철수 상임위원), 과징금을 더 깎아주자는 의견(김석진·고삼석 상임위원)이 제기된 것이다.
방통위가 카카오가 알림톡을 서비스하면서 이용자에게 데이터가 소모되는 것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은 것보다 페이스북의 행위가 피해가 적다는 의견(고삼석 상임위원)까지 나왔다.
바른미래당 추천인 표철수 상임위원은 “사업법 위반이 처음이고 경제적 이익을 취한 걸 특정할 수 없다”며 “페이스북 측이 본사 관계자가 와서 이용자 피해를 인정하는 등 충분히 성의 있는 답변을 했으니 과징금 없이 시정명령만 부과하자”고 주장했다.
여권 추천인 고삼석 상임위원은 “페이스북이 조사에 적극적으로 응한 점, 납세를 수용한 점 등도 감안돼야 하지 않나”라면서 “알림톡의 경우 이용자들의 경제적 피해가 발생했지만 이번 것은 다르다. 중대한 위반보다는 중대성이 약한 위반 행위로 판단하는 게 어떤가”라고 했다.
자유한국당 추천인 김석진 상임위원도 비슷한 취지였다. 그는 “페이스북이 10개월 이상 소비자 피해를 방치한 것은 안이한 자세”라면서도 “그동안의 성의 조치도 있었고 다른 글로벌 사업자와 달리 조세 수익을 피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냈으니 과징금을 어느 수위로 낮출 수 있을까 의논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사무처, 허욱 부위원장, 위원장 결단으로 과징금 3억9600만원 부과
그러나, 허욱 부위원장과 이효성 위원장, 방통위 사무처가 △페이스북이 세계 SNS 시장 점유율 1위 사업자이며 국내 일일 접속자가 1200만 명에 달한다는 점 △시장을 단기적으로 왜곡시키고 중대한 이용자 피해를 발생시켰다는 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맞서, 결국 중대한 위반행위를 기준으로 한 ‘3억9600만 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여권 추천인 허욱 부위원장은 “글로벌 거대 사업자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망중립성을 마치 공짜처럼 쓰려다 이용자 피해를 유발한 이 사건은 국내외 인터넷 기업간 규제 형평성과도 관련 있다”면서 “페이스북이 적절하게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지만 협상이 이뤄진 것도 아니다. 중대한 위반으로 보고 판단하는 게 적정하다. 피해 행위 자체가 굉장히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규제의 투명성 아쉬움도…SMS 가격 낮춘 알림톡은 제재하더니
방통위원들이 막판에 페이스북에 과징금을 깎아주려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구글도 본사 고위 임원이 오면 과징금을 깎아줄 것인가”라면서 “방통위가 전임 위원장을 친분(피규제기업 대표와 친구사이)을 활용한 봐주기 의혹으로 검찰에 수사의뢰한 상황이다. 방통위가 조사 중 페이스북 고위 임원을 만난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방통위는 통신사 유료 문자 메시지(SMS) 대신 무료 시장을 연 카카오에 대해 알림톡(기업용 서비스)이 소비자가 거의 느끼지 못하는 데이터량을 사전 고지 안 했다는 이유로 2억42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며 “통신사와의 망비용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4만 명의 이용자가 10개월 동안 접속 지연이나 불가를 겪은 페이스북 사건이 알림톡보다 더 위중하지 않다는 말이냐”고 되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