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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시민단체가 주축이 된 범국민촛불대행진(촛불행진)은 9일 오후 국회 앞에서 ‘내란 수괴 윤석열 즉각 탄핵’ 슬로건을 내걸고 집회를 진행했다. 계엄 사태가 벌어진 직후부터 엿새째 윤 대통령을 규탄하는 촛불이 국회 앞이고 밝히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추운 날씨에도 두꺼운 외투와 방한용품으로 중무장하고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퇴근 후 집회에 참석했다는 신모(62)씨는 “촛불집회에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려고 나왔다. 즉각 퇴진하는 것만이 윤석열 정권이 살길”이라며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기말고사를 마치고 나왔다는 대학생 심모(23)씨도 “비상계엄이라는 일에 분노해 지난주부터 계속 나오고 있다. 학교에서 배운 것이 눈 앞에서 와르르 무너지고 있는데 상식에 대해 말하고자 나왔다”고 강조했다.
시민단체들은 특히 이번 탄핵안 폐기의 결정적 역할을 한 국민의힘에게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오늘 민의를 거스른 내란 동조 세력인 국힘에게 해체를 통보하기 위해 이 자리 왔다”며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정당은 존재할 이유도 없고 존재해서도 안 되므로 이 시간부로 국민의힘 해체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김건오 공무원노조 부위원장은 “국민의힘은 반국가, 반민중 세력이므로 반드시 해체해야 한다”며 “윤석열 대통령 탄핵과 동시에 국민의힘을 해체해 국기를 문란한 모든 이들을 엄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발언을 마친 이들은 국민의힘 의원들의 이름이 적힌 피켓을 찢은 후 당사를 향해 던지며 “해체하라”고 외쳤다. 이 같은 움직임은 대전과 제주 등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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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안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국민의힘 의원들의 지역구 사무실도 어수선하다. 시민들이 여당 의원들에게 ‘문자 폭탄’을 보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지역구 사무실에 찾아가 대자보를 붙이거나 근조화환을 설치하고 있어서다.
이날 오전 11시에는 서울 서초구 양재동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 지역구 사무실 출입문에는 대자보가 붙었다. 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에 재학 중인 전찬범(22)씨가 학교 점퍼를 입고 나타나 손수 부착한 것이다. ‘존경 ‘하고 싶은’ 신동욱 의원님께’라는 제목의 대자보에는 신 의원을 향한 후배이자 지역구민으로서의 비판이 담겼다.
전씨는 대자보에 “윤석열 대통령이 민주주의보다 소중하느냐”며 “지난 6일 선배님이 국회에서 보인 모습은 내란의 공범이 되는 것이며 국민을 대변하는 대신 국민과의 전쟁을 선포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금이라도 탄핵에 대한 입장을 바꿔달라”고 적었다. 전씨는 대자보를 쓴 이유에 대해 “불법 계엄을 저지르고도 탄핵이 안 된 것도 초유의 상황인데, 이럴 때 국민의힘 의원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뭐라도 해야 한다는 심정으로 나섰다”고 설명했다.
서울 서초구에 이어 도봉구·마포구 등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의 사무실엔 항의성 근조화환이 배달됐다. 도봉구 쌍문동에 위치한 김재섭 의원의 지역사무실 앞에는 “내란공범! 부역자” “김재섭은 도방을 떠나라!”와 같은 문구가 적힌 화환이 놓였다. 마포구 대흥동의 조정훈 의원 사무실에도 “조정훈은 마포를 떠나라”는 문구가 적힌 근조화환이 배달되기도 했다. 의원들의 개인 휴대전화로 문자 폭탄도 이어지고 있다. 탄핵을 반대한 여당에 대한 격한 감정이 담긴 문자 메시지가 대부분인데 국민의힘은 개인정보인 국회의원의 휴대전화 번호를 무단 사용해 조직적·집단적으로 문자를 발송하는 위법행위가 발생하고 있다며 법적 조처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