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에는 주주들이 걱정하지 않을 수 있도록 실적을 잘 내줬으면 좋겠습니다.”
19일 삼성전자(005930) 정기 주주총회에 참석한 주주들은 최근 주가 부진에 대해 반도체 등에서 경쟁력을 잃은 점을 원인으로 꼽으며 향후 실적 개선 의지를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에서 기술 리더십을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
이날 경기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 제56기 정기 주주총회에는 900여명의 주주들이 모였다. 삼성전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주총에서 각 사업부별 주요 경영진들에게 직접 주주들이 질문을 하며 소통할 수 있는 ‘주주와의 대화’ 시간을 마련했다.
질문이 집중된 분야는 역시 반도체였다. 반도체 경쟁력에 문제가 없느냐는 한 주주의 질문에 전영현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장 부회장은 “삼성전자 주가 부진은 반도체 성과에 좌우한다고 본다”며 “주주들의 심려를 끼쳐드린 점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
전 부회장은 이에 대해 “초기 시장은 놓쳤지만 현재는 고객의 피드백을 적극 반영해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빠르면 올해 2분기, 늦으면 하반기부터는 HBM3E 12단 제품이 시장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삼성전자는 향후 6세대 HBM4 등 차세대 제품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계획이다. 전 부회장은 “다가올 시장이 HBM4와 커스텀(맞춤형) HBM 시장”이라며 “새로운 시장에서 지난해 있었던 HBM3와 같은 과오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계획대로 개발을 진행하고 양산하겠다”고 했다.
이날 엔비디아가 자사의 차세대 AI 칩 로드맵을 발표한 가운데 차세대 HBM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가 내년 하반기 선보이는 새 AI 칩 ‘루빈’에는 처음으로 HBM4가 탑재된다.
|
삼성전자는 이날 사업별 경영 전략을 통해 초격차 기술 리더십으로 재도약 기틀을 다지겠다고 밝혔다.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반도체 분야를 포함한 대형 인수합병(M&A) 의지도 강조했다. 한 부회장은 M&A 현황을 묻는 주주 질문에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데 M&A가 중요한 전략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고 그동안 여러 방면으로 추진해 왔다”며 “(그러나) 대형 M&A에서 큰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는 보다 유의미한 M&A를 추진해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겠다”며 “특히 반도체 분야는 주요 국가 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승인 이슈가 있어서 M&A에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반드시 성과를 이뤄내겠다”고 했다.
로봇 등 신사업에 대한 청사진 역시 구체화했다. 삼성전자는 자회사로 편입한 레인보우로보틱스의 협동로봇을 ‘제조봇’ ‘키친봇’ 등 역할로 일부 제조라인에 투입해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부회장은 “사업장 내 (로봇 활용으로) 확보한 기술과 데이터를 첨단 휴머노이드 개발에 활용해 발빠른 기술 검증과 고도화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주총 현장에서 레인보우로보틱스가 개발 중인 사족보행로봇 ‘RBQ-10’을 전시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