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벌써 19조원…길 잃은 돈 회사채에 몰렸다

박미경 기자I 2025.01.13 19:45:57

[자금 블랙홀 회사채]①
회사채 수요예측 참여금액 19.3조원
지난해보다 48% 급증…발행시장 훈풍
“정치적 안정…금융시장 안정화에 중요”

[이데일리 마켓in 안혜신 박미경 기자] 올들어 공모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 19조원이 넘는 자금이 몰렸다. 탄핵 정국과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채권시장 내 불확실성이 커졌으나, 역대급 연초효과를 보였던 지난해보다 오히려 더 많은 자금이 유입된 모습이다. 마땅히 투자할 곳이 없다는 인식이 높은 가운데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서 회사채 시장도 후끈 달아오른 모습이다.

[표=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새해 들어 이날(1월 1일~1월 13일)까지 기관투자자들의 공모 회사채 수요예측 참여금액은 총 19조321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2024년 1월 1일~1월 13일) 총 13조250억원이 몰린 것과 비교했을 때 48.3% 급증한 규모다.

지난해와 올해를 비교했을 때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한 기업 수는 12곳으로 동일하나, 목표 모집금액은 2조5800억원에서 2조4500억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다만, 수요예측 참여금액은 오히려 증가하는 등 역대급 연초효과로 발행시장에는 훈풍이 불고 있다.

통상 연초에는 연기금, 보험사 등 기관투자자들이 회사채를 포트폴리오에 담고자 적극적으로 자금 집행을 하기 때문에 수요가 몰리게 된다. 기관투자자들의 수요가 많으면 발행 금리도 낮아진다. 민평(민간채권평가사가 신용등급에 따라 산정한 금리 평균) 대비 발행 금리는 작년 평균 1.13bp(베이시스포인트·bp=0.01%포인트) 높았으나 올해는 12.11bp 낮았다. 이는 시장 금리보다 낮은 금리 수준으로 회사채 발행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회사채 투자심리를 가늠할 수 있는 크레딧 스프레드도 좁혀지는 모습이다. 본드웹에 따르면 이날 오후 AA-등급 기준 회사채 3년물 금리에서 국고채 3년물 금리를 뺀 크레딧 스프레드는 46.0bp로, 지난해 말 68.4bp보다 하락했다. 통상 크레딧 스프레드가 축소되면 기업의 자금조달 환경이 좋아져 기관투자자들의 채권 투자 수요가 늘어나게 된다.

회사채 시장으로 돈이 몰리면서 작년에 비해 낮은 금리로 자금조달이 가능해지자 기업들은 연이어 회사채 발행에 나서고 있다. 이달 중 수요예측을 앞둔 기업은 30여 곳에 달한다.

다만, 이같은 시장 분위기가 계속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이 높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높은 가운데 원화 변동성이 커진 만큼 한국은행이 실제로 추가 금리인하에 나서기 녹록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탄핵 정국 향방에 따라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면 회사채 강세폭을 제한할 수 있다는 신중론도 있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국내 정치 상황의 불안정성이 장기화하면 경제와 금융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이는 채권시장 불안정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시장을 둘러싼 (정치) 상황이 단기간에 정리돼야 금리 하락 기조가 유지되고, 수급 안정성 요인이 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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