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강제집행에 국제법 거론…심화되는 한일 갈등

장영은 기자I 2019.01.07 16:49:34

피해자 강제집행 추진에 日 국제법 대응 검토
레이더 갈등도 정면 대결 양상으로 치달아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연초부터 한국과 일본 관계가 다시 격랑에 빠져 들고 있다. 지난해 10월 30일 우리 대법원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준 판결을 처음 내린 이후 바람 잘 날 없었던 한일 관계는 지난해 연말 레이더 갈등까지 불거지면서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 6일 NHK ‘일요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해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최근 일본 기업의 자산압류를 신청한 것과 관련해 “국제법에 근거해 의연한 대응을 취하기 위해 구체적 조치에 대한 검토를 관계 부처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4일 일본 보수의 성지로 알려진 이세(伊勢)신궁을 참배하며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강제징용 피해자 변호인단이 지난달 31일 일본 신일철주금(新日鐵住金)이 대법원의 배상 명령을 이행하지 않는 것에 대해 강제집행을 추진하자 일본측도 대응에 나선 것이다. 피해자들은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에 신일철주금이 포스코와 함께 설립한 합작회사 PNR의 한국 자산을 압류해 달라며 강제집행을 신청했다. 앞서 신일철주금의 강제징용 피해자 변호인단은 두 차례 일본 본사를 직접 방문했지만 면담조차 거부당했다.

지난해 11월 29일 배상 판결이 난 미쓰비시중공업의 강제동원 피해자들도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협의를 요청한 뒤 다음달까지 답변이 없으면 3월 1일 전후로 압류 절차를 통보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일본측은 일관되게 우리 대법원 판결을 반박하며 우리 정부에 해결책을 요구하고 있다.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을 근거로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측은 한일간 협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제3국을 포함해 중재 조치를 요청하고 국제사법재판소(ICJ)에 회부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난된 북한 선박 수색과정에서 발생한 ‘레이더 갈등’까지 공방전으로 번지면서 한일간 갈등은 확전양상을 띠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일본측에 ‘미래 지향적인 관계’를 강조하면서 신중한 대응을 지속적으로 촉구하고 있으나, 불거진 갈등을 봉합하기는 역부족이다. 현 상태로는 북한 비핵화 협상 등 긴밀한 상호 협력이 필요한 분야에서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특히 일본측은 올해 참의원 선거 등을 앞두고 지지층 결집과 일본 내 정치적 이슈 등과 관련 국면 전환을 위해 한일간 갈등을 이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면우 세종연구소 부소장은 “일본 입장에서는 현 정부가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 타협할 의사가 없다고 생각하고 후속 대응에 들어간 것 같다”며 “현 상황에서 일본이 먼저 위로 물러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아베 총리가 직접 나서 강경하게 나오고 있고 국내 정치적 수요를 고려했을 때 더욱 그렇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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