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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암도 없고 원근도 없이, 지독하게 매달리는 세밀한 묘사가 작가 작업의 특징이다. 육안으론 볼 수 없는 속 깊은 질감이 튀어나올 정도니까. ‘가족’(2024)은 그 장기로 동물 중 가장 좋아한다는 부엉이 일곱 식구의 한때를 포착한 작품. 덕분에 이들 가족은 닮았으나 똑같지는 않은 저마다의 개성까지 입었다.
뾰족하게 덮이는 게 당연했던 ‘선인장 가시’에도 배려가 닿았다. “외부로부터 가족을 지켜줄 막”이라고. 나이프로 일정하게 아크릴물감을 얹어 부드럽지만 강한 그 막을 빚었다.
3월 2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KCDF갤러리서 여는 그룹전 ‘지금, 내 이름을 불러주세요’에서 볼 수 있다. 신경다양성(발달장애) 미술가를 대상으로 공모한 ‘제3회 국민일보 아르브뤼미술상’을 수상한 작가 13명의 작품들로 꾸렸다. 최우수상 수상작 ‘가족’을 비롯해 대상 수상작 ‘내 이름을 불러주세요-이백조 선생님’(이진원) 등 45점이 걸렸다. 캔버스에 아크릴. 116.8×91㎝. 아르브뤼미술상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