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눈치만 보는 멕시코‥"美와 친구, 대화 원한다"

방성훈 기자I 2019.06.03 16:29:00

트럼프, 멕시코에 “당할만큼 당했다…말보단 행동” 엄포
멕시코 수출의 80% 美에 의존..자세 낮춘 멕시코
美, 관세 카드 거둘지는 미지수…내년 재선에도 영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


[이데일리 방성훈 신정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를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당할 만큼 당했다”는 말도 했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친구로 남고 싶다”면서 자세를 낮췄다.

◇트럼프 “당할만큼 당했다…말보단 행동” 엄포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멕시코가 국경 관련 협상을 위해 대표단을 보내고 있다. 문제는 그들이 25년 동안 말만 해왔다는 것이다. 우리는 말이 아닌 행동을 원한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그들은 마음만 먹으면 하루 만에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불법 이민자 유입을 차단하지 않는다면 “(높아진 관세로 멕시코에 있는) 미국 기업과 일자리가 되돌아올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지난달 30일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 정부가 불법 이민자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지 않는다면 10일부터 멕시코산 모든 제품에 5% 관세율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매달 5%포인트씩 관세율을 올려 10월 1일에는 최대 25%까지 인상하겠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겪고 있는 불법 이민 문제는 멕시코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탓이라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일관된 주장이다. 백악관 참모진들이 이민문제 해결을 위해 관세를 동원하는 방식을 적극 만류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연일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美와는 친구, 대화 원해”…자세 낮춘 멕시코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트럼프의 관세 부과 결정 직후 트럼프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미국과 대결을 원하지 않는다. 깊은 대화를 나누며 대안을 찾아보자”고 제안했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지속되는 갱단의 폭력, 멈춰버린 경제 성장 등으로 멕시코 내에서 비판 여론이 높은 상황이다. 멕시코는 철저히 미국에 의존하는 경제다. 멕시코 수출의 80%가 미국향 제품이다. 미국의 관세가 현실화되면 그는 벼랑 끝으로 몰린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워싱턴에 협상단을 급파하고 대화를 통한 합의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라시엘라 마르케스 멕시코 경제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다음날 워싱턴에서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과 만나기로 했다”고 전했다. 멕시코 대표단을 이끄는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 외교장관도 오는 5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을 필두로 한 미국 대표단과 테이블에 마주 앉을 예정이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 (사진=AFP)
◇美, 관세 카드 거둘지는 미지수…내년 재선에도 영향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카드를 거둬들일지는 미지수다. 지난 2016년 대선 당시 주요 공약 중 하나이자 그의 숙원 사업인데다 내년 재선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어서다.

이와 관련,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은 이날 폭스뉴스 선데이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멕시코에 대한 관세 부과 결정이 “무역문제가 아닌 이민문제”라며 “대통령은 남쪽 국경 상황을 매우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과 폼페이오 장관이 이번 주 워싱턴에서 멕시코 대표단을 만나 멕시코가 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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