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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에 돌아온 '적벽', 이 시대 영웅의 의미를 묻다

장병호 기자I 2025.03.24 18:10:58

13일 개막한 국립극장 대표 레퍼토리
판소리·뮤지컬·현대무용 섞은 묘한 매력
국악 중심 편곡으로 음악적 통일성 강화
"민중이 바라는 영웅의 희망 나누고파"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국립극장 대표 레퍼토리 ‘적벽’은 오묘한 공연이다. 판소리와 뮤지컬, 현대무용 등을 뒤섞어 묘한 매력을 뿜어낸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합 같지만 한 번 보면 묘하게 빠져든다.

국립정동극장 ‘적벽’의 한 장면. (사진=국립정동극장)
2017년 초연만 해도 서로 다른 장르의 조합이 이질적이었다. 그러나 여러 차례 재공연을 거듭하면서 ‘적벽’ 만의 매력을 지닌 작품으로 거듭났다. ‘티켓 파워’가 있는 배우가 등장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작품의 분위기가 좋아서 ‘N차 관람’을 하는 ‘적벽’ 마니아까지 생겨났다.

어느새 6번째 시즌을 맞은 ‘적벽’이 지난 13일부터 서울 중구 국립정동극장에서 관객과 다시 만나고 있다. 서울 공연은 2022년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공연 이후 3년 만이다. 작품의 인기를 증명하듯 이번 공연도 일찌감치 많은 회차가 매진을 기록 중이다. 젊은 관객들 반응이 뜨겁다. 티켓 예매처 인터파크에 따르면 20~30대 예매 비율이 70%에 달한다.

국립정동극장 ‘적벽’의 한 장면. (사진=국립정동극장)
‘적벽’은 중국 작가 나관중의 고전소설 ‘삼국지연의’와 이를 바탕으로 한 판소리 ‘적벽가’를 원전으로 한다. 도원결의로 형제의 의를 맺은 유비·관우·장비와 제갈공명이주유와 손잡고 조조를 상대로 치른 적벽대전을 배경으로 한다. 군사력은 열세였으나 제갈공명의 지략으로 조조에게 대승을 거둔다는 익히 잘 알려진 이야기다.

작품은 시작부터 강렬한 에너지로 가득하다. 판소리 특유의 거침없는 소리, 23명 출연진이 펼치는 화려한 군무, 여기에 레이저 조명 등 볼거리까지 더해져 관객의 심장을 계속해서 뛰게 만든다. 특히 이번 공연에선 음악적 변화가 눈에 띈다. 기존 공연에선 국악과 뮤지컬 넘버가 공존했는데, 이번엔 국악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춰 편곡해 작품의 통일성이 더욱 강화됐다.

2020년부터 시도한 ‘젠더 프리 캐스팅’을 이번에도 선보인다. 조조 역에 소리꾼 이승희·추현종, 유비 역에 소리꾼 정지혜·이건희가 캐스팅 돼 성별을 뛰어넘은 매력을 선보인다. 관우 역의 이재박, 장비 역의 김의환 등의 활약도 눈에 띈다.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캐릭터의 특징을 잘 살린 연기로 작품에 생기를 더한다.

국립정동극장 ‘적벽’의 한 장면. (사진=국립정동극장)
이번 공연에선 ‘적벽’이 그리는 영웅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전쟁에서 패배한 조조가 관우에게 목숨을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장면, 그리고 전쟁에 동원된 군사들의 애환을 담은 ‘군사점고’ 장면 등이 그러하다. 살기 위해 비굴함마저도 마다하지 않는 권력가, 그리고 무책임한 권력에 짓밟히는 평범한 민중들의 모습이 대비되며 지금 시대의 진정한 영웅의 의미를 되새겨보게 만든다.

정호붕 연출은 “이번 공연을 통해서는 민초들이 바라보는 전쟁과 영웅은 무엇인지 보여주고 싶었다. 적벽대전이 담고 있는 권력 구조 뒤에 숨은 민중의 꿈은 무엇인지 돌아보면 좋겠다”며 “민중이 바라는 영웅에 대한 희망을 관객과 함께 나누고 싶다”고 전했다. 공연은 오는 4월 20일까지.

국립정동극장 ‘적벽’의 한 장면. (사진=국립정동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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