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침해에 발목 잡힌 `임세원법`…절충안 찾기 나선다(종합)

이지현 기자I 2019.03.20 16:04:50

인권위, 정신질환자 동의없는 퇴원 통보 추진에 `제동`
정신질환자 관리강화 위한 개정안 3건 국회 계류중
복지부 "정보연계 필요했는데 아쉬워…절충안 고민"
정춘숙 의원안, 환자 非동의 정보범위 좁아 대안 부각

고 임세원 교수 영정 사진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지현 박기주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정신질환자 관리를 강화하는 내용의 이른바 `임세원법(法)` 입법에 제동을 걸자 정부와 국회가 절충안 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20일 인권위는 정신의료기관 퇴원사실을 환자 동의 없이 정신건강복지센터에 통보하는 내용을 담은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정신건강복지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헌법에 명시된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국회의장에게 전달했다.

지난해 정신질환 환자에게 살해당한 고(故) 임세원 교수와 같은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 곽상도(자유한국당)·강석호(자유한국당)·정춘숙(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정신건강복지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하자 인권위가 제동을 건 것이다.

◇인권위 “환자 인권 침해 소지”

3명의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는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가 자·타해 또는 치료 중단의 우려가 있다고 진단하거나 입원 전 특정범죄경력이 있는 환자는 본인의 동의가 없어도 의료기록 및 범죄전력을 정신건강복지센터 등에 통보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개정 법률안이 목적의 정당성은 인정되지만 퇴원환자의 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본 것이다.

인권위는 정신질환을 이유로 한 차별행위에 해당할 수 있고 법률안 개정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합한 수단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을 냈다. 인권위가 이처럼 판단한 이유는 정신건강복지센터에 대한 인력보강 및 기능강화 등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동의도 하지 않은 환자의 퇴원사실을 공유한다고 해서 입법목적 달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봤기 때문이다.

또한 환자 스스로 동의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우선 고려돼야 하는데 이를 배제한 채 임의적 정보제공을 최우선 수단으로 사용한 것이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그 외에도 정신질환자의 위험성에 대한 판단을 정신과 전문의 1인에게 위임한데다가 판단 기준도 명확하지 않다는 점과 과도한 개인정보 조회 및 정보제공이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는 점 등을 문제점이라고 설명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과거 자·타해 전력이나 범죄경력을 근거로 다시 범죄를 저지를 것으로 막연하게 추측해 개인의 민감한 정보를 본인 동의 없이 제3자에 제공하는 행위는 국제사회 및 국내법 체계에서도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라며 “정신질환자가 존엄성을 바탕으로 치료받을 권리는 우리 사회에서 반드시 존중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복지부 “제한적 정보 공유 필요”

하지만 정신질환자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게다가 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은 문제로 불거진 상태다. 실제 중증 정신질환자의 정신보건기관 등록관리율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6년 기준 등록관리율은 19.07%에 불과했다. 보건복지부가 추정한 퇴원 후 지역사회 중증 정신질환자 43만4015명 가운데 8만2776명만 관리됐다. 지속적인 치료와 관리가 필요하더라도 인적사항, 진단명, 치료경과 및 퇴원 등 정보를 정신건강복지센터나 보건소에 통보하려면 환자 본인 동의가 필요해 관리에 한계가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복지부 관계자는 “지난해 경찰권 피습사건과 고 임세원 교수 사건도 있어서 정보 연계를 통해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지속적 도움을 주고자 했던 것이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이었는데 결과적으로 아쉽다”면서도 “인권침해 요소를 최대한 없애는 건 정부가 해야할 일인 만큼 (절충안 마련을 위해) 더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발의된 3명의 의원 입법안 가운데 현재 정춘숙 의원 안이 상대적으로 인권침해 요소가 낮은 것으로 해석된다. 정춘숙 의원 안에는 범죄전력을 통보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 빠졌다.

다만 입원 시 위험 행동 경험이 있거나 퇴원 후 치료 관리가 잘 안 될 것으로 의사가 판단한 사람만을 지역사회에 통보하도록 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앞으로 절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정부 의견을 내면 최종 결정은 국회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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