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망가진 영국 오피스 투자...NH투자증권-하나대체 소송전

지영의 기자I 2025.01.13 19:09:08

국내 투자자들 英 투자 이후 파운드화 가치↓
환헤지 비용 책임소재 두고 국내 운용사-투자자 소송전
하나대체 “환헤지 비용 내놔라” vs NH “못 낸다”

[이데일리 마켓in 지영의 기자] 가치가 폭락한 영국 런던 오피스 투자 건을 둘러싸고 국내 자산운용사와 증권사 간 소송전이 벌어졌다. 투자 이후 파운드화 가치가 지속적으로 하락한 가운데 환율 변동성 대응 비용 책임소재를 두고 공방이 벌어진 모양새다. 환헤지 비용 납부를 두고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이 투자사인 NH투자증권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나섰다.

13일 투자은행(IB) 업계 및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은 NH투자증권을 상대로 환헤지 비용에 대한 구상권 청구 소송을 진행 중이다. 소 제기의 요지는 NH투자증권 측이 해외 오피스 투자 건에 대한 환헤지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아 강제집행 하겠다는 것이다.

두 회사의 환헤지 비용 분쟁 시발점은 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은 지난 2018년 사모부동산펀드(사모부동산투자신탁89호)를 조성해 NH투자증권과 대신증권, 메리츠화재, 삼성화재, 하나생명보험 등에서 에쿼티(지분) 투자금을 모아 영국 런던 중심가에 있는 오피스 ‘원폴트리(1 Poultry)‘를 인수했다. 대출을 포함해 약 3000억원 초반에 매입했던 해당 건물은 계속해서 가치가 폭락했고, 초기 투자자인 국내 투자 기관들(LP)은 대체로 원금을 날리게 됐다.

영국 런던 소재 원폴트리(사진=위워크)
사모부동산투자신탁89호 펀드는 환헤지 조항을 두고 파운드화 변동에 대응해왔다. 통상 환헤지 비용은 펀드 내 자금으로 계약 은행에 납부 처리하지만, 건물 가치 하락으로 펀드 자금이 바닥나면서 펀드의 수익자들이 환헤지 비용을 갹출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투자사 중 한 곳인 환헤지 비용 납부에 대해 NH투자증권 측이 반발하면서 갈등이 촉발됐다.

갈등의 원인은 공동 투자 펀드였음에도 계약 시점 차이로 환헤지 조항 명시 여부가 달랐다는 점에 있다.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은 사모부동산투자신탁89호 펀드 결성 시 부족분 일부를 운용사 고유 자금으로 채워 펀드 조성을 마무리했다. 하나대체 측은 결성 이후 일주일 뒤 NH투자증권 측과 별도의 양수도 계약을 맺어 펀드 투자 수익자 지위를 넘겼다.

먼저 투자한 다른 투자자들의 계약서 상에는 환헤지 조항이 명시돼 있지만, 설정된 펀드 수익권을 넘겨받는 식으로 뒤늦게 투자자로 합류한 NH투자증권의 양수도 계약서 상에는 환헤지 조건이 명시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추후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측이 투자금에 대한 환헤지 비용을 NH투자증권 측에 청구했으나 거절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수익권 양도 계약서에 없는 환헤지 비용을 부담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평행선 끝에 소송으로 번진 양사의 비용 책임 분쟁은 법정에서 가려질 전망이다.

이와 관련 하나대체투자운용 측은 “한 펀드 내에서 같은 지위의 수익자들이 법적 계약을 다르게 맺는 경우는 없다”며 “NH투자증권 측은 기존에 설정된 펀드 투자 수익자 지위를 그대로 넘겨받았으니 기존 수익자들의 계약 조항을 따르는 게 당연한데 펀드 기본 계약서 조항에 있는 내용을 투자 지위를 넘겨받는 양수도계약에 명시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거부하는 것은 업계 신의에도 맞지 않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NH투자증권 측은 “(환헤지 계약은) 당사가 직접 체결한 계약이 아니기 때문에 부담할 의무가 없다”며 “하나대체자산운용 측은 NH투자증권이 체결하지 않은 계약상 책임을 청구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NH투자증권은 소송에서 성실히 소명하겠다는 입장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투자 시점 이후로 파운드화가 내리막길을 걸었으니 (NH투자증권 측도) 환헤지를 하는 게 유리하긴 했다”며 “그런데 명확한 계약이 없었으니 돈 낼 근거가 없고, 법정으로 갈 수밖에 없지 않나. 둘 중 어느 회사의 관리부실인지 법정에서 책임소재가 가려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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