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사태' 신현우 징역 6년·노병용 금고 3년 확정(상보)

지난해 7월 26일 신현우 전 옥시레킷벤키저 대표가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한정선 기자]법원이 ‘가습기 살균제’ 사태의 주범으로 지목된 신현우(70) 전 옥시레킷벤키저(옥시·현 RB코리아) 대표에게 징역 6년을 확정했다. 안전성을 확인하지 않은 채 가습기살균제 PB 제품을 개발해 판매한 롯데마트와 홈플러스의 전직 임원도 실형을 확정했다.

대법원 1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25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을 사망 또는 상해에 이르게 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 등으로 기소된 신 전 대표에게 징역 6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반면 같은 혐의로 기소된 존 리(50) 전 옥시 대표는 원심과 같이 무죄판결을 내렸다

신 전 대표와 존 리 전 대표, 옥시 관계자들은 지난 2000년 독성 화학물질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등이 들어간 ‘옥시싹싹 뉴가습기 당번’을 제조·판매 하면서 안전성 검사를 실시하지 않아 사망자 73명 등 총 181명 희생자를 낸 혐의(업무상 과실치사)로 기소됐다. 이들은 안전성 검사를 하지 않고도 인체에 안전한 제품으로 거짓 표시행위를 한 혐의(표시광고 및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등의 혐의도 있다.

1심 재판부는 “가습기 살균제 안정성을 검증하지 않고 제품 라벨에 ‘아이에게도 안심’ 등의 거짓 표시까지 했다”며 신 전 대표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피해자들 대다수가 옥시가 마련한 배상안에 합의해 배상금을 지급받았고 특별법이 제정돼 다수의 피해자들이 구제받을 수 있게 됐다”며 1심보다 1년 감형된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존 리 전 대표의 경우 혐의 입증을 위한 증거 부족을 이유로 1심과 2심에서 모두 무죄를 받았다. 상고심 재판부는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 본다”며 2심 형량을 유지했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업무상 과칠사상 등 혐의로 기소된 노병용(67) 전 롯데마트 대표에게 금고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김원회(63) 전 홈플러스 그로서리매입본부장에게는 징역 4년을 확정했다.

노 전 대표는 옥시 가습기 살균제에 대한 PB 제품인 ‘와이즐렉 가습기살균제’를, 김 전 본부장은 ‘홈플러스 가습기청정제’를 각각 개발·제조하면서 흡입독성실험 등 안전성 검사 실시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판매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또 옥시 관계자처럼 안정성이 입증되지 않았는데 인체에 무해하다는 거짓 광고를 한 혐의도 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측은 대법원 선고에 크게 반발했다. 시민단체인 ‘가습기 살균제 참사 전국 네트워크’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지난 19일까지 신고된 피해자만 5973명(사망자 1301명)에 이르는 등 대규모 참사라는 점을 고려하면 사법부의 판결은 솜방망이에 다름 없다”고 규탄했다.

이들은 “전체 가습기살균제 제품이 최소 43개로 조사됐는데 검찰이 기소해 재판을 받은 제품은 4개에 불과하다”며 “피해자를 많이 양산한 애경과 이마트 등의 제품에 대해서도 검찰 수사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노병용 전 롯데마트 대표가 지난해 8월 17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공판에서 금고 3년으로 감형을 선고받은 뒤 법정을 나서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