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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연출은 재일동포 1세 아버지, 재일동포 2세 어머니를 둔 재일동포 2.5세다. 1987년 극단 ‘신주쿠 양산박’ 창립 멤버로 참여했고, 1993년 ‘더 테라야마’로 일본 최고 권위의 ‘기시다 쿠니오 희곡상’을 받았다. 이후 연극과 영화,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에서 작가 겸 연출가로 활동해왔으며, 2014년엔 일본 정부로부터 훈장 자수포장을 받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재일동포 이야기를 다룬 ‘야끼니꾸 드래곤’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번 ‘스미레 미용실’은 ‘야끼니꾸 드래곤’, ‘이를테면 마치 들에 피는 것처럼’과 함께 그가 20년에 걸쳐 완성한 ‘재일 코리안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이다. 배경은 1965년 조선인이 모여 살던 규슈 탄광 마을 ‘아리랑 고개’다. 자신의 이름으로 된 미용실을 꿈꾸는 ‘수미’를 중심으로 일본 국적을 택한 남편, 다리를 다쳐 갱도로 돌아가지 못하는 시동생, 행복한 신혼인 여동생 부부, 조선 국적을 끝내 놓지 않는 아버지 등이 등장한다. 인물들은 탄광에서 일어난 폭발 사고 이후 연대와 회복, 공존, 가족의 의미를 보여준다.
정 연출은 이번 한국 공연에 남다른 감회를 전했다. 그는 “2012년 초연하고 2016년 일본에서 재연했을 때는 공연이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10년 후 한국에서 다시 관객들에게 선보일 수 있게 돼 꿈만 같다”며 “‘야끼니꾸 드래곤’ 이후에 쓴 이야기지만, 그보다 10년 앞선 시대가 이 작품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작품이 탄광촌을 배경으로 한 데는 오랜 관심이 자리한다. 정 연출은 1960년대 이케다 내각의 에너지 전환 정책 이후 탄광촌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미흡한 안전대책, 인원감축, 경비절감 등 다양한 원인으로 사고가 발생했고, 악순환이 반복됐다”며 “일어나선 안 될 사고가 일어났고 그 책임을 누구도 구체적으로 지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화가 났다”고 말했다.
2005년 영화 ‘신상-탄갱초의 세레나데’(2010) 대본 작업을 위해 탄광을 취재하던 과정에서 만난 한 인물이 ‘스미레 미용실’의 출발점이 됐다. 정 연출은 “남편이 일산화탄소 중독 환자였던 여성이 있었는데, 남편이 후유증으로 난폭해지고 생활이 비참해졌지만 보상 운동을 벌였다”며 “남편이 죽은 뒤에도 끝까지 싸웠던 강한 인상이 남아 ‘스미레 미용실’의 주인공인 수미의 모티브로 삼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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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연출은 시대의 그늘에 가려진 이름 없는 사람들의 삶을 전하는 데 몰두해왔다. 재일동포인 자신에 대해서도 ‘마이너리티’(소수자)라고 칭해왔다. 그는 “‘마이너리티’는 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라며 “작품을 쓸 때 ‘마이너리티’ 입장에서 그들을 대변해야 한다는 생각을 기본적으로 한다”고 말했다. ‘재일동포 작가’라는 수식어가 자신을 규정한다고 느끼는지에 대해서도 같은 맥락에서 담담하게 답했다. 그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며 “한국에서도, 일본에서도 재일한국인 작가로 불린다. 복잡미묘한 감정이 있지만, 두 문화를 함께 즐기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연극 ‘스미레 미용실’은 오는 12일부터 10월 3일까지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된다. 배우 전무송, 최지연, 전국향, 서동갑, 김동원 등이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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