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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닭볶음면’으로 대표 식품 수출업체로 떠오른 삼양식품(003230)이 대표적 예다. 현재 불닭볶음면은 100% 국내 생산돼 수출된다. 미국에서 팔리는 불닭볶음면의 평균소매가격이 2000원 수준인데, 26% 관세가 소비자에게 그대로 전가된다고 가정하면 가격이 2520원까지 오르게 된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수출 지역 다변화와 환율 등으로 일정 부분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당분간 상황을 지켜보면서 대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부적으로 태스크포스팀(TFT)를 구성해 다각도로 대책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대상(001680)도 영향이 불가피하다. 대상은 미국 LA에 공장이 있지만 현지 생산보다 수출 비중이 2배 이상 많다. 대상 관계자는 “모든 제품에 대한 상호관세를 적용한다는 트럼프 메시지에 대해 명확한 확인이 필요하다”며 “정부 방침에 따라 대응 방안을 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반면 미국내 생산 비중이 높은 CJ제일제당(097950), 농심(004370), 풀무원(017810) 등은 비교적 영향이 적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 업체는 미국내 대규모 생산설비를 짓거나 현지 기업을 인수하는 식으로 현지 생산 비중을 높인 곳들이다. 베트남 등 동남아 공장에서 생산하는 물량에 대한 관세 우려도 있지만, 대부분 미국이 아닌 인근 지역이나 유럽 등으로 수출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에서 돌풍을 일으킨 뷰티업계도 셈법이 복잡해졌다. 가격 민감도가 높은 미국 내 드럭스토어·대형 유통 채널에서 K뷰티 제품의 매력이 일부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이번 상호관세는 한국만 적용되는 것이 아닌데다, 뷰티는 관세가 붙는 기준인 수입 원가가 낮아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도 있다.
그럼에도 국내 뷰티 업체들은 수출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내부적으로 다양한 대책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다른 주요 수출국도 비슷하게 관세가 적용될 것이기 때문에 경쟁 환경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필요시 가격 인상 또는 프로모션 비용 관리 등의 방안을 고려할 것”이라고 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도 “화장품 관세율이 최종 확정되면 이에 대응하는 마케팅 전략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중소 업체들이다. 이들은 자본 여력이 크지 않은 만큼 마진 조정 등에서 어려움이 커질 수밖에 없다. 물류, 마케팅 등 비용 효율화 대응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주덕 성신여대 뷰티산업학과 교수는 “규모가 큰 곳은 비용 효율화를 경쟁력으로 삼을 수 있겠지만 재무 구조가 어려운 곳은 대처의 선택지가 제한적”이라며 “관세율 26%가 현실화되면 중소·인디 브랜드는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