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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보다 8.8원 오른 1371.4원에 마감했다. 환율이 장중 1370원을 돌파한 건 2009년 4월 이후 13년 5개월 만에 처음이다.
앞서 정부는 최근 환율 급등에 따라 수 차례 구두개입성 발언을 이어갔다. 지난달 24일 윤석열 대통령이 “달러화 강세 영향으로 환율이 큰 폭의 약세를 보이고 있다”고 한 데 이어, 다음날에는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이 “원·달러 환율이 높지만 위기 상황을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다음날 방기선 기재부 1차관도 “투기적 움직임 등이 확대될 경우 적기에 시장안정조치를 하겠다”고 언급했다.
이날도 정부는 비상거금회의를 통해 내외국인 자본 흐름 등 외환 수급을 들여다보겠다고 했지만 정부의 조치에도 달러 강세를 막기는 역부족이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도 110을 돌파하면서 2002년 6월 19일(110.190)이후 20년 3개월 만에 110을 넘어섰다.
최근 원화 약세에는 무역수지 악화와 위안화 약세 등이 중첩돼 영향을 미쳤다는 판단이다. 지난달 무역수지는 94억7000만달러 적자로 1956년 통계 작성 이래 66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원화 약세로 무역수지 적자, 원화 가치 하락이 악순환처럼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향후 무역수지 악화로 경상수지 흑자가 축소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추 부총리는 “해외인프라 수주 활성화 전략을 속도감있게 추진하는 한편 무역구조 전반에 걸친 개선방안도 지속적으로 강구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최근 국제에너지 가격 상승과 중국 등 글로벌 수요둔화 등 대외여건이 악화하는 가운데 무역수지 적자를 큰 폭으로 줄이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삼모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원칙적으로는 무역수지 적자폭을 줄여야 원·달러 환율 상승을 막을 수 있지만 실효성이 떨어지고 정부가 할 수 있는 방안도 그렇게 많지는 않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도 “통화가치 하락에도 수출 자체가 안 늘고 있어 (경쟁력 강화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서 “결국 수출 관련 금융 지원, 세금 부담 경감 등 기업의 부담을 줄인다는 관점에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한국과 미국 등 주요국과의 통화 스와프 체결 등 실질적인 협력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강 교수는 “우리나라 정부도 (외환시장 협력과 관련한) 선언적인 노력은 했지만 실질적으로 통화스와프 등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원·달러 환율 1400원선이 뚫리면 한미 통와스와프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 올 수 있는 만큼 체결을 위한 실질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추 부총리는 지난 7월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과의 회담에서 한미 양국이 외환시장과 관련해 긴밀한 협의를 지속하고 외환 이슈에 대해 선제적으로 협력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다만 정부는 아직까지는 통화스와프가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한미가 유사시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은 외화 유동성에 관한 부분인데 아직까지 유동성 관련 지표는 나쁘지 않다”면서 “지금으로서는 경상수지 관련 수출 경쟁력 강화, 또 개인과 기관투자자들의 자본 흐름에 대한 모니터링 등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