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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엠피닥터에 따르면 이달 10일 기준 미 달러 대비 원의 가치는 11.5% 하락했다. 이는 주요국 통화 중에선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 루블(13.8%) 다음으로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일본 엔(-8.2%)와 중국 위안(-2.3%) 등 주변국과 비교했을 때도 낙폭이 크다.
범위를 넓혀 대내 여건이 유사한 나라와 비교해봐도,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유로존 주요국 정정 불안과 경기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유로(-7.1%)나 금리 인하가 임박한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호주 달러(9.0%)보다 원의 가치가 크게 떨어졌다.
비상계엄의 여파로 보기에도 설명이 충분치 않다. 국내 증시의 경우 연초 이후 상승세를 이어가며 계엄 선포 직전인 12월 2일 수준을 웃돌고 있다. 반면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2일 종가(오후 3시30분 기준) 1401.3원보다 70원가량 오른 1470.80원에 이날 정규장을 마쳤다.
차별적인 고(高)성장을 이어가는 ‘미국 예외주의’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승리가 몰고 온 달러 강세 영향을 감안해도 원화의 약세는 다 설명이 되지 않는다. 미 대선 이후인 지난해 11월 6일 이후 달러 대비 원 가치는 5.4% 하락했다. 이는 주요국 가운데 호주 달러(-6.8%)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낙폭이다. 호주 달러는 호주중앙은행(RBA)이 금리 동결기를 끝내고 다음달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 속에 최근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같은 기간 일본 엔은 달러대비 2.0%, 중국 위안은 2.2%, 유로는 4.7% 각각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원화가 신흥국 통화 즉,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만큼 대내외 악재가 겹치는 와중에 더 취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봤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위원은 “원은 유로나 엔처럼 기축 통화도 아니면서 중국처럼 정부가 외환 시장을 콘트롤하지도 않는다”며 “(외국인) 자금 흐름 등에 대해서도 전혀 제재가 없기 때문에 쉽고 들고 날 수 있는 구조라 변동성이 더 큰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미국 금리 인하 속도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면서 글로벌 달러 강세를 추종하던 환율이 비상계엄으로 원화 고유의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외국이 자금 이탈이 가속화되자 심리가 달러 매수 쪽으로 확 쏠렸다”고 진단했다.
원화 약세가 해소되기 위해선 정치적 안정과 성장률 제고 등을 통한 외국인 자금의 유입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됐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외부적인 충격은 우리가 어찌할 도리가 없지만 내부적으로는 우선 내수를 진작시키고 트럼프발 (경제) 충격을 완화시키는 정책을 써야할 것”이라며 “중국과 미국에 집중된 수출 의존도를 완화하기 위한 수출 다변화도 병행해야 할 필요가 있겠다. 물론 국내 정치적인 안정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 연구원은 “현재는 심리가 문제인데, 주식시장을 통한 외국인 자금 유입을 통해 (달러 매수) 심리가 진정이 돼야 원화 약세도 완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