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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재판장 현용선)는 배임수재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백복인(52) KT&G 사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백 사장에게 돈을 건넸다는 광고대행사 대표 권모씨 진술을 믿기 어렵다는 점이 결정적이었다.
백 사장은 2010년마케팅실장으로 근무하며 광고대행사 선정 작업을 주관하며 J사 측 로비스트로 활동하던 권씨의 청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다음 해 뒷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광고대행사 선정 2차 평가를 앞두고 권씨에게 J사를 도와달라는 청탁을 받고 실제 J사가 선정되자 6차례에 걸쳐 5500만원 받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권씨는 사건 당시 KT&G 내에서 당시 사장, 복지재단이사장, 마케팅본부장 등 영향력 있는 다른 사람들과 친했다. 이들과의 친분은 백 사장보다 더 있었다”며 “백 사장에게만 부탁했다는 진술은 수긍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다른 핵심 증인인 KT&G 마케팅실 과장 김모씨의 진술에 대해서도 “당시 행적과 KT&G의 광고대행사 평가 구조 등과 맞지 않는다.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아울러 백 사장이 민영진(59) 전 사장의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핵심 참고인 강모씨를 해외로 도피시킨 혐의에 대해서도 “강씨 주장을 믿을 수 없고 다른 증거를 봐도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1억원대 뒷돈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민 전 사장도 지난해 6월 같은 재판부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석방됐다. 재판부는 “금품을 건넸다는 부하 직원과 협력업체 측이 금품 액수나 전달 방법, 전달 동기 등에 대한 말을 바꾸는 등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들이 다른 혐의로 재판을 받던 중 검찰 추가 수사를 받게 되자 궁박한 사정을 벗어나기 위해 허위 진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민 전 사장이 2010년 청주 연초제초장 부지 매각과 관련해 공무원에게 6억원대 뇌물을 주도록 지시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부하 직원의 독단적 행동으로 판단했다.
이처럼 법원이 수뢰혐의로 기소된 전현직 KT&G 사장들에 대해 잇따라 무죄판결을 내림에 따라 검찰이 애초부터 무리하게 수사를 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KT&G 수사는 2015년 수사 당시부터 청와대 하명수사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민 전 사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임명됐다. 그는 검찰이 본격 수사에 나선 2015년 7월 사장직에서 물러났다. 현 백 사장은 민 전 사장 재임 5년간 마케팅실장에서 부사장으로 승진을 거듭했다. 또 다른 하명수사 논란을 야기한 KT·포스코 수사도 KT&G 경우처럼 주요 관련자들이 줄줄이 무죄를 선고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