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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지주는 국민은행 현지 네트워크를 활용해 캄보디아 중앙은행과 우리나라 현황을 공유하고 싱가포르 통화청의 비상계엄령 관련 질의에 즉각 대응하고 있다. 각 금융그룹은 기업가치 제고 정책(밸류업) 모멘텀을 이어가기 위해 투자자에게 ‘차질 없는 이행’을 재차 약속했다. KB금융은 주요 글로벌 투자자에게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서한을 보냈다. 잠재 투자자에 대해서도 컨퍼런스콜, 대면미팅을 진행해 투자자 이탈을 최소화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해외 투자자에게 컨퍼런스콜 등 실시간 소통을 통해 투자자들을 안심시켰다. 하나금융 또한 해외 투자자들과 소통하며 2027년까지 50% 총주주환원율을 차질 없이 달성하겠다고 재확인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밸류업 프로그램 등 시장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이어나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금융지주가 급한 불 끄기에 나섰지만 내년 사업계획 조정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애초 금융지주가 약속한 밸류업은 탄탄한 실적을 바탕으로 자본비율을 끌어올리고 이를 바탕으로 주주에게 배당을 늘리는 것이다. 하지만 환율 급등, 트럼프 행정부 정책 변화 등 거시경제 변수 등으로 리스크 관리에 중점을 둘 수밖에 없다.
실제 신한금융은 시장 변화에 대응할 수 있게 ‘보수적 관점’에서 사업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다. 최악의 경영 환경을 고려해 시나리오별 계획도 마련한다. 당장 환율 상승에 따른 악영향을 받은 곳도 있다. 우리금융은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약속한 12%를 밑돌자 신규 기업대출을 사실상 중단하고 이날부터 재개할 예정이었던 비대면 주택담보대출도 열지 못했다.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각 금융지주가 가지고 있는 외화부채가 그만큼 높이 평가돼 위험가중자산이 커지고 보통주자본비율이 떨어진다. 금융권에서 가장 우려하는 지점이다. 문제는 은행이 내년 겹 악재를 맞아 투자·혁신보다는 단기적 시장 리스크 관리와 안전한 영업에 무게를 둘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현재 외국인 투자자들의 문의가 많이 오고 있는 게 사실이다. 당장 트랜잭션을 하는 부서에서는 시시각각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국가 신인도가 떨어지면 개별 은행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 은행이 내년 자산 성장률도 낮춰 잡고 대손충당금은 더 많이 쌓는 기조로 갈 수밖에 없다. 충당금을 더 많이 쌓게 되면 주주 배당금 등 투자자 환원은 줄어든다. 다른 시중은행 부행장은 “환율이 너무 많이 올라서 개인·기업부문 영업에 모두 타격을 받는다”며 “기업부문은 대출 연체율 관리를 강화해야 하고 개인부문은 자산관리(WM) 불확실성이 커져서 고객 관리 측면에서도 할 일이 많아진다”고 설명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경기가 안 좋아지면 은행은 리스크가 작은 쪽으로 자산을 늘리게 된다. 신사업에 대한 투자보다는 안정적인 영업을 한다”며 “과감하게 투자·혁신하려고 했던 걸 덜어내는 기조로 갈 것이다”고 내다봤다.
한편 각 금융지주는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약속했다. KB금융은 만기연장 저금리 대출 지원, 하나금융은 저금리·장기 분할상환, 소상공인 상생 보증 대출 등 상생 프로그램을 가동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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