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에'…금융지주, 신인도 유지 총력전

김나경 기자I 2024.12.09 19:04:43

KB금융, 해외 투자자에 서신 발송
신한금융, 컨퍼런스콜로 안심 시켜
은행, 내년 사업 혁신보단 ‘안전 영업’

[이데일리 김나경 기자] 주요 금융지주와 은행들이 탄핵 정국서 대외신인도 유지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현지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이해관계자들에 “문제가 없다”는 메시지를 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437원으로 2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오르면서 내년 금융사 영업에도 제동이 걸렸다. 투자·혁신보다는 안전한 영업과 리스크 관리를 통해 주요 지표관리에 방점을 찍을 전망이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금융지주는 이날 금융위원회 주재로 열린 금융시장상황점검회의 전후로 대외신인도 유지방안을 마련했다. 탄핵 정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에 국가 대외신인도 하락이 우려되는 상황에 금융지주가 투자자 이탈 방지에 나선 것이다. 금융업은 타 업종과 비교해 시장 상황에 따라 투자자금 흐름과 주가에 큰 영향을 받는다.

KB금융지주는 국민은행 현지 네트워크를 활용해 캄보디아 중앙은행과 우리나라 현황을 공유하고 싱가포르 통화청의 비상계엄령 관련 질의에 즉각 대응하고 있다. 각 금융그룹은 기업가치 제고 정책(밸류업) 모멘텀을 이어가기 위해 투자자에게 ‘차질 없는 이행’을 재차 약속했다. KB금융은 주요 글로벌 투자자에게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서한을 보냈다. 잠재 투자자에 대해서도 컨퍼런스콜, 대면미팅을 진행해 투자자 이탈을 최소화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해외 투자자에게 컨퍼런스콜 등 실시간 소통을 통해 투자자들을 안심시켰다. 하나금융 또한 해외 투자자들과 소통하며 2027년까지 50% 총주주환원율을 차질 없이 달성하겠다고 재확인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밸류업 프로그램 등 시장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이어나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금융지주가 급한 불 끄기에 나섰지만 내년 사업계획 조정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애초 금융지주가 약속한 밸류업은 탄탄한 실적을 바탕으로 자본비율을 끌어올리고 이를 바탕으로 주주에게 배당을 늘리는 것이다. 하지만 환율 급등, 트럼프 행정부 정책 변화 등 거시경제 변수 등으로 리스크 관리에 중점을 둘 수밖에 없다.

실제 신한금융은 시장 변화에 대응할 수 있게 ‘보수적 관점’에서 사업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다. 최악의 경영 환경을 고려해 시나리오별 계획도 마련한다. 당장 환율 상승에 따른 악영향을 받은 곳도 있다. 우리금융은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약속한 12%를 밑돌자 신규 기업대출을 사실상 중단하고 이날부터 재개할 예정이었던 비대면 주택담보대출도 열지 못했다.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각 금융지주가 가지고 있는 외화부채가 그만큼 높이 평가돼 위험가중자산이 커지고 보통주자본비율이 떨어진다. 금융권에서 가장 우려하는 지점이다. 문제는 은행이 내년 겹 악재를 맞아 투자·혁신보다는 단기적 시장 리스크 관리와 안전한 영업에 무게를 둘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현재 외국인 투자자들의 문의가 많이 오고 있는 게 사실이다. 당장 트랜잭션을 하는 부서에서는 시시각각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국가 신인도가 떨어지면 개별 은행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 은행이 내년 자산 성장률도 낮춰 잡고 대손충당금은 더 많이 쌓는 기조로 갈 수밖에 없다. 충당금을 더 많이 쌓게 되면 주주 배당금 등 투자자 환원은 줄어든다. 다른 시중은행 부행장은 “환율이 너무 많이 올라서 개인·기업부문 영업에 모두 타격을 받는다”며 “기업부문은 대출 연체율 관리를 강화해야 하고 개인부문은 자산관리(WM) 불확실성이 커져서 고객 관리 측면에서도 할 일이 많아진다”고 설명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경기가 안 좋아지면 은행은 리스크가 작은 쪽으로 자산을 늘리게 된다. 신사업에 대한 투자보다는 안정적인 영업을 한다”며 “과감하게 투자·혁신하려고 했던 걸 덜어내는 기조로 갈 것이다”고 내다봤다.

한편 각 금융지주는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약속했다. KB금융은 만기연장 저금리 대출 지원, 하나금융은 저금리·장기 분할상환, 소상공인 상생 보증 대출 등 상생 프로그램을 가동할 계획이다.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코스피와 코스닥이 급락, 환율은 급등한 9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닥 종가가 표시돼있다.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종가는 전 거래일 대비 67.58포인트(2.78%) 내린 2,360.58, 코스닥 지수는 전장 대비 34.32포인트(5.19%) 내린 627.01로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주간 기준) 종가(1419.2원)보다 17.8원 오른 1437.0원에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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