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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총재는 이날 세종시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초고령사회의 빈곤과 노동’을 주제로 열린 한은·KDI 공동 심포지엄의 환영사를 통해 “단순히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된다는 것을 넘어 빈곤을 동반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노인빈곤 문제는 단지 시간이 다를 뿐 결국 우리 모두가 맞이하게 될 미래”라며 “단지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존엄하게 살 수 있는 노후를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 우리가 지향해야 할 공동체의 모습이고, 선진국다운 사회적 품격을 갖추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12월을 기점으로 만 65세 이상 인구의 비중이 전체의 20%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노인빈곤율은 2023년 기준 39.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1개 회원국 중 가장 높다. 이에 국내 정치권과 노동계에서는 법정 정년을 현행 60세에서 65세로 늘리자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 총재는 노인 빈곤과 노동 문제 해결을 위해 자산을 연금화하는 역모기지 제도를 활성화하고 임금 체계 개편을 통해 계속 근로를 가능하게 하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부동산 같은 자산이 아무리 많아도, 그 자산이 생활비로 전환되지 못하면 통계상 ‘빈곤층’으로 분류된다”면서 “(주택연금 등으로) 자산을 연금화하는 경우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는 분들이 2021년 기준 약 122만명으로, 노인빈곤층의 약 37%에 달한다”고 했다.
이어 “한은 설문조사 결과 55세 이상 유주택자의 35~41%가 주택연금에 가입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며 “이 수요가 실현될 경우 매년 34조 9000억원의 현금흐름이 창출되며, 이 중 절반만 소비돼도 매년 17조 4000억원의 민간소비가 창출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954만명에 이르는 2차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시점이 다가오면서, 고령층이 생계를 위해 경쟁이 치열하고 경기의 영향을 크게 받는 취약업종의 자영업으로 내몰리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 총재는 “60세 이상 신규 자영업자의 35%는 연간 영업이익이 1000만도 안 되고 이들의 65.7%는 운수·음식·도소매업 등 취약업종에 종사하고 있다”며 “이는 개인의 생활 안정은 물론, 거시경제의 전반적인 취약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령층의 자영업 진입을 줄이고 안정적인 임금 근로 기회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면서, 지난달 초 한은이 정년연장의 대안으로 제시한 ‘퇴직 후 재고용’ 제도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 제도를 도입하면 직급·임금 체계 개편을 통해 고령의 노동자가 정년 이후에도 재고용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면서, 정년연장에 따른 청년층 고용 감소의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