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파이브는 미국 AI 팹리스와 5200만달러(약 703억원) 규모의 차세대 AI 추론 가속기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고 29일 밝혔다. 단일 계약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이번 프로젝트는 세미파이브가 북미 시장에서 처음 확보한 ‘스펙 핸드오프(Spec Hand-off)’ 방식의 턴키 과제다. 고객사가 반도체의 성능과 기능 등 주요 사양을 제시하면 세미파이브가 상세 설계부터 패키징, 테스트, 양산까지 전 과정을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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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반도체를 설계하는 ‘빅다이(Big Die)’ 기술도 적용한다. 세미파이브는 최대 800㎟ 규모의 대형 칩 설계 프로젝트를 수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과제를 진행할 계획이다.
세미파이브는 2027년 상반기 테이프아웃을 거쳐 2028년부터 글로벌 양산에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테이프아웃은 반도체 설계를 마무리하고 실제 칩 제작을 위해 제조 공정에 넘기는 단계다.
이번 수주의 의미는 규모뿐 아니라 세미파이브의 사업 구조와 맞물려 있다는 데 있다. 세미파이브는 고객으로부터 ASIC 개발을 수주한 뒤 설계·개발 과정에서 매출을 인식하고, 개발을 완료한 칩이 양산에 들어가면 추가적인 양산 매출을 올리는 구조다.
실제 올해 상반기 실적에서도 이 같은 흐름이 나타났다.
세미파이브의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은 94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7% 증가했다. 신규 수주액은 1189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수주액의 약 71%를 상반기에 확보했다.
사업별로는 ASIC 개발 매출이 54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북미와 일본 고객을 중심으로 주문형 반도체 턴키 프로젝트가 확대된 영향이다.
개발을 마친 프로젝트가 양산으로 넘어가면서 양산 매출도 423억원을 기록했다. 비전 AI와 온디바이스 AI 칩 등 기존 개발 프로젝트가 실제 양산 단계에 진입한 결과다.
반도체 설계자산(IP) 사업도 성장했다. 미국 자회사 아날로그 비츠(Analog Bits)의 상반기 매출은 325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매출 305억원을 반년 만에 넘어섰다. 2나노·3나노 등 첨단 공정에 필요한 저전력 IP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다.
수익성도 개선됐다. 상반기 매출총이익률은 30.6%로 지난해 같은 기간 11.9%에서 18.7%포인트 높아졌다. 다만 영업손익은 109억원 적자로 반기 흑자 전환에는 이르지 못했다. 지난해 상반기 영업손실 281억원과 비교하면 적자 규모는 61.1% 줄었다.
분기별로는 1분기 약 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2분기에는 기존 프로젝트의 예상 원가를 선제적으로 반영하면서 약 11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번에 확보한 703억원 규모 프로젝트도 개발을 거쳐 양산으로 이어질 경우 향후 실적에 단계적으로 반영될 전망이다. 세미파이브는 하반기 수주잔고의 매출 반영과 기존 프로젝트의 양산 물량 확대를 추진하는 한편 북미·유럽을 중심으로 차세대 고성능 AI 반도체와 3D-IC 기반 프로젝트 수주도 확대할 계획이다.
조명현 세미파이브 대표는 “AI 추론 시장이 성장하면서 고객의 서비스와 워크로드에 최적화된 맞춤형 반도체 수요도 확대되고 있다”며 “이번 차세대 추론 가속기의 상용화를 통해 글로벌 하이퍼스케일 인프라 시장에서 맞춤형 반도체 개발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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