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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은 분노를 감출 수 없어 월요일부터 나왔다고 입을 모았다. 집회에 참석한 40대 여성 직장인은 “퇴근 후 지하철에서 사람들 사이에 껴와서 녹초가 됐다”면서도 “집에 가만히 있으니까 숨이 안 쉬어질 정도로 답답해서 결국 뛰쳐나왔다”고 전했다. 퇴근 후 저녁도 거른 채 목소리를 보태기 위해 참석한 직장인들도 상당수였다. 집회 장소 옆 포장마차에서 간단히 간식을 먹던 직장인 신모씨(54)는 “집회에 참여하려고 빨리 퇴근했지만 식사시간이 없었다”며 “식사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나라를 지켜야 하는 게 먼저지 않나”라고 말했다.
시험기간에도 불구하고 집회에 참석한 대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서울지역대학 인권연합동아리 소속 심규원(23)씨는 “정치외교학과 학생인데 4년 내내 배운 전공 내용이 눈앞에서 와르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며 “시험기간이지만 동아리원들과 손을 잡고 나왔다”고 전했다. 이어 “오늘도 시험 하나 치르고 바로 뛰쳐 왔다”며 “모레도 시험이 있지만 지금 그게 문제냐”며 반문했다.
오후 6시가 되자 연단에 선 사회자는 시민들을 향해 “너무나 분노스럽다”고 운을 띄웠다. 그는 “윤석열 퇴진과 함께 국민의힘도 반드시 해산시킬 것”이라며 “국민들은 국회에서 몇 번이고 (탄핵 시도가) 엎어져도 다시 일어나 싸울 것이다”고 결의를 다졌다. 이들은 추운 날씨를 견디기 위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탄핵 체조’를 하고 ‘탄핵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발언자로 나선 김예린 대구경북여성단체 대표는 “보수의 심장이자 국민의힘의 텃밭이라 불리는 대구경북조차 민심이 뒤집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국민의힘 대구경북 지역 의원들을 거론하며 “시민들은 이들을 결코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민들은 “내란수괴 윤석열을 즉각 탄핵하라” “내란동조 국민의힘 즉각 해체하라” 등의 구호를 함께 외치며 규탄에 동참했다.
한편 이들은 앞으로도 매일 저녁 국회 앞 국회의사당역에서 집회를 이어가겠다고 예고하며 한동안 국회 앞은 시민들의 열기로 가득할 예정이다. 촛불집회를 주최하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이번 주 매 평일 저녁 6시 국회의사당역 5번 출구에서 촛불집회를 이어가겠다”며 “내란수괴 윤석열이 퇴진할 때까지 뜻을 함께하는 많은 시민들의 참여를 호소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