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인플레 우려·韓금리인하 기대에도 안정 찾은 환율, 왜?

이정윤 기자I 2025.01.15 15:22:25

12월 환율 1486.7원→1월 1444.5원 하락
美예외주의·트럼프 관세 우려에 ‘강달러’
정국 진정·美관세 선반영·연금 환헤지에 하락 안정
물가 상회 시 1480원 VS 국민연금 방어 ‘팽팽’

[이데일리 이정윤 기자] 지난해 고공행진 하던 원·달러 환율이 새해 들어서는 진정세를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견고한 고용 시장에 이어서 물가 상승 우려까지 겹치면서 달러화는 ‘초강세’로 환율 상승을 부추기는 상황이다. 여기에 한국은행이 연초부터 기준금리를 내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취임도 앞두고 있어 환율이 다시 1500원을 위협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연초 환율 40원 하락

15일 엠피닥터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7일 장중 1486.7원까지 치솟았던 환율은 이달 8일 1444.5원까지 떨어졌다. 새해가 되자 40원 이상 급락한 것이다.

특이한 점은 올해 들어 달러화는 더욱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이다. 달러화가 강세를 나타내면 상대적으로 원화 가치는 하락하며 환율은 오르지만, 이 공식이 딱 들어맞는 상황이 아닌 것이다.

최근 미국 고용 시장이 뜨거워지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보편 관세 정책으로 인해 물가가 오를 것이란 전망이 크다. 이로 인해 미국 경제 예외주의가 더욱 힘을 받자, 달러를 밀어 올리고 있다.

◇환율 하락 ‘세 가지’ 이유

달러 강세에도 불구하고 환율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건 우선 국내 정치 불안이 진정됐다는 점이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이 무력 충돌 없이 체포되며 정치적 불확실성이 줄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아직 대통령 탄핵까지는 갈 길이 멀지만,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서 국내외 경제 안정에 힘쓰고 있다.

두 번째로는 원화를 비롯해 ‘트럼프 트레이드’의 타격을 받았던 통화들이 되돌림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트레이드는 트럼프 당선인의 경제 정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관련 자산 가격이 상승하는 현상을 말한다. 트럼프의 보편 관세 정책이 한국 수출에 직격탄으로 작용할 것이란 공포감이 커지면서 원화 가치를 위축시켰다.

하지만 원화, 멕시코 페소, 브라질 헤알 등 대표적으로 트럼프 트레이드에 부정적 영향을 받았던 세 통화는 연초 이후 1%대로 상승했다. 트럼프 관세 영향이 선반영된 만큼, 연초에는 가치 상승으로 되돌림을 보이는 것으로 해석된다.

세 번째로는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 헤지가 환율을 무겁게 만들고 있다. 전략적 환 헤지를 최대로 가동하게 되면 지난해 10월 말 기준 국민연금 해외 자산의 10%인 482억달러(약 70조원)까지 시중에 공급하는 효과를 낸다.

지난 7일 외환시장에서는 국민연금으로 추정되는 선물환 매도 주문이 은행을 통해 수억 달러 규모로 출회됐다. 이에 환율은 16.3원 하락하며 1450원대에 안착했다. 이후로도 국민연금은 장중 환율이 튀는 지점마다 달러 매도 물량을 내놓으면서 환율 하락에 큰 일조를 하고 있다.

◇빅 이벤트 대기…환율 하락이냐, 반등이냐

이같은 요인에도 불구하고 이날 저녁을 기점으로 환율은 다시 꼬리를 들 수 있다. 우리나라 시간으로 이날 저녁 10시 반께 미국의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발표된다. 시장에서는 미 소비자물가가 전월 대비 0.3% 상승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대로 나온다면 소매 물가는 여전히 끈적하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달러인덱스(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는 다시 110포인트를 돌파하며 2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할 수 있다.

다음날인 16일에는 한은이 올해 첫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금리 시장에선 금리 인하를 선반영하고 있기에 인하 가능성을 간과할 수 없다. 미국이 금리 인하 속도 조절에 나선 상황에서 한은이 인하를 단행한다면 한·미 금리 차가 확대되면서 달러 쏠림이 거세질 수 있다.

또 일각에선 환율이 하향 안정 돼야 금리 인하의 명분이 생기기에 인하 전에 국민연금 등 정부와의 공조로 환율을 낮추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익명을 요청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 인하가 국내 경제 안정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걸 알고 있지만, 침체된 내수 분위기에 인하를 하지 않고 버티기는 어렵다”며 “금리 인하를 위해 국민연금과 외환당국과 공조하는 움직임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부터 이어지는 이벤트 이후에도 환율이 하락세를 유지할지는 전문가마다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국내은행의 한 딜러는 “지난주 고용부터 해서 물가지표까지 환율 상방 재료가 더 많다”며 “만약 미 소비자물가가 예상치를 상회한다면 환율은 1480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한은이 금리 인하를 한다면 다음날 외환당국의 경계 물량이 크게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연구원은 “1~2월 중에 한은의 금리 인하는 불가피하다. 만약 이번에 인하를 하면 선제적 대응으로 보고 환율은 내려갈 것”이라면서도 “만약 이번에 동결한다면 2월 인하 가능성이 커지면서 환율이 올라가거나 현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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