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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큰화, 탈중앙화 아닌 자본시장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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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영 기자I 2026.07.31 10:3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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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자산 길을 묻다]아론 곽 리베라 창업자 겸 대표 인터뷰
SC그룹 약 20년 채권 발행 전문가…사내벤처로 리베라 창업
토큰화 본질은 소비자 접근성…'중간상 없는 자본시장' 지향
자산 발행자 직접 토큰화…신탁 구조로 플랫폼 리스크 차단
교보·카이아 등 GSR 리드 투자 유치…전략·재무 ...

[이데일리 정윤영 기자] “유가증권이 중앙 예탁결제 시스템을 통해서만 거래되는 구조는 필연적으로 생긴 것입니다. 토큰화는 탈중앙화가 목적이 아니라, 국채처럼 국민이라면 당연히 살 권리가 있는 자산에 개인이 중간 상인 없이 직접,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자본시장을 원점으로 되돌리는 작업입니다.”

아론 곽 리베라 창업자 겸 대표(CEO). (사진=리베라)
아론 곽 리베라 창업자 겸 대표(CEO). (사진=리베라)
아론 곽 리베라 창업자 겸 대표(CEO)는 최근 이데일리와의 줌 인터뷰에서 “리베라가 중점적으로 생각하는 가치는 신기술을 활용하되 소비자 보호와 준법을 전제로 한 토큰화”라며 이같이 말했다.

곽 대표는 2002년 UBS 투자은행부문을 시작으로 2009년부터는 영국계 은행인 스탠다드차타드(Standard Chartered·SC)그룹에서 달러 채권 발행을 주관하며 약 21년간 전통 자본시장에 몸담아 온 채권 전문가다. 리베라는 스탠다드차타드 사내벤처 형태로 2023년 독립한 싱가포르 토큰화 플랫폼 기업이다.

리베라는 지금까지 홍콩과 싱가포르를 거쳐 약 14개의 토큰화 상품을 선보였고, 누적 10억달러 이상 규모의 자산 토큰화를 지원했다. 웰링턴매니지먼트가 운용하며 S&P로부터 AAA 등급을 받은 초단기 미국채 펀드 ‘울트라(Ultra)’, 홍콩 화샤기금(ChinaAMC HK)과 공동 개발해 홍콩 최초의 소매용 토큰화 MMF로 자리잡은 상품, 금 리테일러 무스타파 싱가포르와 연계한 토큰화 금 펀드 ‘MG999’ 등이 대표적이다.

곽 대표는 특히 “리베라는 자체 신탁 구조인 ‘델타 마스터 트러스트(Delta Master Trust)’를 통해 발행 리스크를 리베라가 아닌 신탁이 지도록 설계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조각투자처럼 제3자가 자산을 사들여 재판매하는 방식이 아니라, 원 발행자 단계에서부터 토큰이 발행되는 구조를 지향하는 것이 리베라가 다른 토큰화 플랫폼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라고 덧붙였다.

리베라는 최근 미국·유럽에 강점을 지닌 크립토 마켓메이커 GSR이 리드 투자자로 참여한 라운드에 교보생명·카이아를 비롯해 동남아시아·홍콩 투자자들까지 합류하며 캡테이블 다변화에도 성공했다.

다음은 곽 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리베라를 창업하기 전 스탠다드차타드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 그간의 경력 사항을 설명한다면.

△1998년 대학 시절 KBK라는 회사를 공동 창업해 블리자드로부터 정식 라이선스를 받아 국내 최초로 스타크래프트 국제대회를 3년간 개최한 적이 있다. 신기술과 벤처 사업에 대한 관심은 그때부터 이어져 온 것 같다. 다만 3년쯤 지나니 회사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는 걸 느꼈고, 이를 배우기 위해 2002년 UBS 투자은행부문 자본시장부에서 자산유동화채권(ABS)·일반채권 주관하는 업무를 시작했다. 이 경력을 바탕으로 2009년 영국계 은행인 스탠다드차타드 달러 채권 팀에 합류하게 됐다. 이후 약 21년간 채권 발행·유통, 즉 전통 자본시장 업무만 해왔다.

-그간의 이력이 리베라 창업과 향후 사업 방향성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리베라가 중점적으로 생각하는 가치 중 하나는, 신기술을 활용하되 소비자 보호와 준법을 전제로 한 토큰화다. 탈중앙화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중간 상인을 최대한 없애 소비자가 받아야 할 돈을 못 받거나 빠르게 처리될 일이 느려지는 것을 막는 것이 핵심 목적이다. 기존 금융시장에 몸담으면서 무엇이 문제인지를 파악하는 것과 동시에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무엇이 중요한지를 배웠고 그걸 리베라에 접목했다. 리베라는 2023년 1월 창업했지만 준비는 2019년부터 시작했고, 약 3년간 스탠다드차타드 사내벤처 형태로 운영하며 여러 개념검증(PoC)을 통해 기술 기반과 시장성을 함께 시험했다. 2022년 무렵 토큰화가 자본시장의 미래라는 확신, 그리고 토큰화와 준법을 접목할 수 있는 구체적 방법이 있다는 확신이 섰고, 이를 실행할 기술·금융 역량을 모두 갖췄다는 판단 하에 2023년 창업했다.

-토큰화가 금융의 미래라고 확신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최근 한국 정부가 한국은행의 기관용 CBDC와 연계해 블록체인 기반 국채 토큰화 실증사업을 내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여러 국채·MMF 등 자산을 토큰화해 온 입장에서 이런 흐름을 어떻게 보는지.

△비트코인이 처음 나왔던 초기부터 지켜보면서 가상자산 자체보다는 이를 구현하는 기술, 복사 불가능하고 이중지불 문제를 해결하는 데 관심이 컸다. 당시 자본시장 업무에서 정부 고객이 많았는데, 동남아시아 등의 국가에서 외평채와 같은 해외 채권 발행을 주관하며 느낀 점이 있었다. 국가 입장에서는 자국민에게 직접 국채를 파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데, 실제로는 시장이 기관투자자 위주로 설계돼 있어 최소 투자금액이 매우 높고, 개인이 접근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국채 금리가 일반 예금 금리보다 높은 경우가 많은데도, 개인은 이 자산에 접근하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가 있었다. 이는 토큰 기술로 최소 단위를 낮추고, 예금처럼 자유롭게 주고받을 수 있게 하면 해결할 수 있다고 봤다.

-이외에 토큰화가 해결하는 문제는 무엇이 있나.

△첫째는 내부 효율성(internal efficiency)이다. 금융기관들이 분산된 원장을 하나로 볼 수 있게 되면서 자산 이동이 빨라지는 것으로, 24시간 실시간 결제 같은 것이 여기 해당한다. 다만 한국처럼 인프라가 이미 잘 갖춰진 시장에서는 이 효용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을 수는 있다. 그래서 두 번째 해결할 수 있는 소비자 접근성(access)을 봐야 한다. 앞서 말한 국채는 국민이라면 당연히 살 권리가 있는 자산인데, 시장이 진화하며 기관 위주로만 유통돼 개인에게는 사실상 닫혀 있었던 자산들이다.

fractionalization(분산투자), tokenization(토큰화), securitization(유동화) 세 개념은 완전히 다른데, 종종 혼용된다. 이미 있는 자산을 쪼개 파는 방식 즉, 분산투자는 그 조각을 만드는 주체의 신용 리스크를 그대로 안게 된다. 예를 들어 A에게 100원짜리 자산을 사서 1원씩 쪼개 판다면, 구매자는 발행 주체가 아니라 A에게 사는 셈이 되고, 추가적인 리스크를 떠안게 되는 것이다. 반면 리베라가 지향하는 방식은, 100원짜리 자산을 만든 발행 주체가 직접 토큰 기술을 이용해 1원 단위로 발행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원 발행자의 리스크만 있을 뿐, 중간에 리스크가 추가되지 않는다.

-리베라의 ‘델타 마스터 트러스트(Delta Master Trust)’가 이런 구조인 것인가.

△델타 마스터 트러스트는 토큰을 발행하는 주체가 신탁 자체이지 리베라가 아니다. 기술을 통해 토큰화된 상품을 구매했을 때 리베라의 신용 리스크를 떠안지 않도록 하기 위한 설계를 마쳤다. 시큐리타이즈(Securitize)가 나스닥 상장과 동시에 토큰을 발행한 사례처럼, 발행과 동시에 토큰 형태로 나오는 것과 SK하이닉스 같은 기존 자산을 사후에 토큰 상품화하는 것은 다른 개념이라는 의미다. 증권회사에서 100만원짜리 자산을 사서 100원어치씩 되파는 조각투자 형태는, 실물을 쥔 주체(발행자가 아닌 제3자)가 별도로 존재하기 때문에 그 주체의 리스크가 추가된다. 원 발행자, 즉 리스크를 원래 제공하는 주체 단계에서부터 토큰화가 이뤄져야 ‘토큰인 것’이지, 단순히 종이 증서를 토큰 형태로 바꾸는 것은 리베라가 추구하는 형태가 아니다.

-리베라가 지금까지 내놓은 상품 구성은 어떻게 되는가.

△홍콩과 싱가포르를 거쳐 리베라 기술로 나온 상품이 약 14개 정도 된다. 현재까지 10억달러 이상 규모의 자산 토큰화를 지원했다. 이 중 리베라 자체의 신용 리스크를 지는 상품은 하나도 없고, 발행 주체는 항상 자산운용사 등 법적 보호 장치가 있는 구조다.

-직접 사서 토큰화하는 플랫폼도 있지 않나.

△맞다. 오히려 리베라와 같은 형태를 취하는 곳이 많지 않다. 직접 사서 토큰화하는 쪽이 실행하기가 더 쉽기 때문이다. 다만 이는 마치 명품 브랜드를 정식 유통 계약 없이 사서 되파는 ‘보따리 장사’와 비슷하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최종 소비자에게 상품이 어떻게 전달되는지 파악할 수 없어 불안한 구조가 된다. 승인 없는 중간 유통은 가시성(visibility)이 없다는 문제가 있다.

-최근 국내에서 화제가 된 교보생명·카이아의 리베라 투자 참여, 배경이 궁금하다.

△SC벤처스에서 창업 펀딩을 받아 3년간 운영하며 느낀 것은 투자자를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었다. 목표는 세 가지였다. 첫째 외부 투자자를 통한 밸리데이션, 둘째 전략적으로 협업할 수 있는 투자자 확보, 셋째 순수 재무적 투자자 확보였다. 결과적으로 미국·유럽에 강점이 있는 GSR이 리드 투자자로 참여했고, 한국·일본과 연관 있는 카이아, 교보생명, 동남아시아 쪽 투자자, 홍콩·중국계 블록체인 회사 등이 참여하며 전략·재무적으로 원했던 구성을 갖췄다.

-교보생명·카이아는 전략적 투자자인데, 교보증권 등과 상품 관련 논의도 하고 있는지.

△교보 그룹에서 전략적 투자자로 들어왔지만, 실제로는 교보증권이 운용하는 펀드를 통한 참여였기 때문에, 교보증권도 그룹 차원에서 분명한 협업 대상이다. 협업 기회가 있으면 항상 함께할 것이다.

-앞으로 토큰증권 시장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거라고 보는지, 그 흐름에 맞춰 향후 관심 있게 지켜보는 국가나 지역이 있는지.

△일반 투자자가 여러 중간상을 거치지 않고 자신이 살 수 있는 권리(eligible asset)가 있는 자산에 쉽게 접근하도록 하는 것이 회사의 목적이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그 방향으로 나아가는 움직임이 있다면 반가울 것 같다. 유가증권이 중앙 예탁결제 시스템을 통해서만 거래되는 구조는 필연적으로 생긴 것이지 원래 설계는 아니었다. 개인 간 돈을 빌려주거나 공동으로 사업을 하는 행위는 중앙 거래소가 있어서 생긴 것이 아니라, 애초에 인간과 인간 사이의 금융 거래 수단이었다. 토큰화도 같은 맥락으로 봐야 한다. 100년간 쌓인 ‘금융에서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접목하면서도 권리가 있는 사람이 자산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움직임이 있는 여러 나라의 기업들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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