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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현지시간)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이날 글로벌 시장금리 벤치마크인 10년물 국채금리는 4.8%를 넘어섰다. 이는 2023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연초 4.5%대였던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최근 미국 경제 지표 강세로 급등세를 타고 있다. 지난 8일 장중 4.7%를 돌파해 지난해 4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뒤 또 한 번 고점을 높여 5% 심리적 저항선에 한 발 더 다가섰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2023년 10월23일 장중 한때 5%를 돌파한 것을 제외하고, 4%대의 벽을 뚫고 올라간다면 2007년 7월 이후 처음이 된다.
국채 금리가 오른 데는 지난해 12월 미국의 비농업 일자리 지표 호조, 기대 인플레이션 상승 등이 영향을 미쳤다. 이날 뉴욕연방준비은행은 지난해 12월 소비자 기대를 조사한 결과 향후 3년간 예상되는 인플레이션 중간값은 3%로, 전달보다 0.4%포인트나 상승하며 2개월 연속 오름세를 보였다. 1년 후 예상되는 인플레이션 중간값은 3%로 직전월 수치와 동일 했고, 5년 후 예상되는 장기 인플레이션 중간값은 2.9%에서 2.7%로 0.2%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지난주 공개된 미시간대 조사에서도 같은 흐름이다.
시장에선 15일 발표하는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주목하고 있다. 월가에선 작년 12월 CPI가 전년 동기보다 2.9% 올라 직전월 수치(2.7%)를 웃돌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근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다시 고개를 들고, 기대 인플레이션까지 오르는 상황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대통령의 취임이 임박한 점도 금리 상승을 부추기는 불쏘시개로 작용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인상과 이민제한, 감세 정책 등이 물가를 자극하고 재정 적자를 확대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 기대감을 꺾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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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채금리 상승세가 이어지며 5%를 돌파할 경우 증시 급락 등 글로벌 금융시장이 발작을 일으킬 것이란 공포감도 커지는 분위기다. 최근 미국 10년 만기 국채의 기간 프리미엄은 연 60bp(1bp=0.01%포인트)를 돌파하며 가파른 상승세로 미국 국채금리 상승을 이끌고 있다.
기간 프리미엄은 만기가 긴 장기 채권을 보유하는 대가로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추가 수익률을 뜻하는데, 최근 거듭 부각된 물가 우려와 연준의 금리인하 속도조절 리스크,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불확실성과 재정 건전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채수익률 상승은 위험자산인 주식시장에서 자금 이탈을 불러와 증시 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영국과 일본 등 주요국의 10년물 국채금리가 뛰고 있는 점도 우려 요인이다. 주요국의 채권금리 급등은 자국 은행채 금리와 주택담보금리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미국의 국채 금리 상승으로 달러가치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금융시장의 불안감을 자극하고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장기물 국채금리가 상승세를 타고, 달러화 강세 현상이 심화하면서 신흥시장 통화와 주식시장에 하방압력이 확대될 수 있어서다. 유로, 파운드, 일본 엔 등 6개 주요 통화에 견줘 미국 달러의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이날 장중 한때 110까지 치솟는 등 110선 안팎에서 움직였다.
다만 시장 일각에선 10년물 국채금리와 달러화의 추가 급등 현상이 지속될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고용시장이 예상보다 호조세를 보이고 있지만, 고용 부문의 수급 우려가 이전만큼 크지 않아 임금 상승률을 크게 자극하지 않을 거라는 이유에서다. 공급망 리스크 완화와 최근 한파로 인한 에너지 가격 강세도 겨울철을 지나면서 하향 안정세로 접어들어 물가 압력이 확대될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으로 꼽았다. 또한 트럼프 당선인이 최근 물가와 금리 흐름을 고려할 때 물가를 자극할 수 있는 강력한 정책보다는 유화적인 전략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일각에선 올해 1~2월이 지나면서 금리와 물가 리스크가 완화하고 연준이 금리 인하 시점을 저울질 할 것으로 내다봤다.
애덤 던퀴스트 LPL파이낸셜의 전략가는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약 5% 수준에 도달했으며, 이 금리가 안정될 때까지는 주식시장이 의미있는 상승 동력을 얻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며 “시장이 하락세로 전환될 리스크는 크지 않지만 단기적 조정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웰스파고의 트레이시 맥밀리언 자산배분 전략 책임자는 “시장이 새로운 정책은 물론 새로운 정책 스타일에 적응하며 올해 약간의 변동성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올해 주식시장이 더 오를 것으로 보이며, 시장 변동성의 증가는 투자자들에게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