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은 오는 29일 특별전 ‘新왕실도자, 조선왕실에서 사용한 서양식 도자기’를 앞두고 28일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한번도 공개된 적 없는 근대 서양식 도자기 40여점과 프랑스·영국·독일·일본·중국에서 만들어진 서양식 도자기 등 약 310건 400점의 소장 유물을 공개하는 이번 특별전에서는 개항 전후 조선왕실의 도자기 변화를 한 곳에서 볼 수 있다. 도자기를 통해 근대문물과 지식을 받아들이고 근대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조선의 노력도 엿볼 수 있다.
특히 이번 전에서 가장 눈길을 사로잡는 유물은 높이 61.2cm에 지름 53.2cm 에 달하는 위풍당당한 크기와 화려한 문양을 자랑하는 ‘백자 채색 살라미나 병’이다. 황색과 파란색으로 바탕색을 칠한 도자기에 이국적 꽃 문양이 그려져 있는 살라미나 병은 1886년 조·불수호조약 체결 기념으로 프랑스 사디 카르도(재임 1887~1894) 대통령이 조선에 선물한 것이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세브르에서 만들어진 살라미나 병은 그 고풍스러운 자태에서 프랑스의 높은 문화적 자부심을 한껏 드러낸다. 개항 이후 조선은 수교를 맺은 서양 국가로부터 기념 선물을 받은 전례가 없었다. 고종은 이에 대한 답례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12~13세기 고려청자 두 점과 ‘반화(금속제 화분에 금칠한 나무를 세우고 각종 보석으로 만든 꽃과 잎을 단 장식품)’ 한 쌍을 선물했다.
|
전시는 우리 일상과 가까운 유물인 도자기의 변천사를 총 5부로 나눠 선보인다. 1부 ‘조선후기 왕실의 도자 소비’에서는 왕실의 위엄을 상징하는 전통적 문양들이 새겨진 용준(용무늬가 그려져 있는 큰 백자 항아리)과 모란무늬 청화백자, 정조초장지, 화협옹주묘 출토 명기 등 조선왕실 청화백자를 한곳에 모아 전시했다. 서양식 도자기를 본격적으로 감상하기에 앞서 500년간 이어진 왕실의 전통 도자기를 감상하는 곳에서는 그 세월만큼이나 영롱하게 다듬어진 최상품질의 도자기 유물을 만날 수 있다.
2부 ‘新왕실도자 수용 배경’ 전시장으로 들어서면 형형색색의 ‘오얏꽃무늬 유리 전등갓’ 150점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화려한 유리 전등갓은 1887년 전기 도입 후 궁중 실내외에 설치된 것으로 근대기 빛의 시대로 진입했음을 암시한다. 실제 보빙사로 미국에 다녀온 민영익은 처음 전기를 접했을 때 “나는 암흑에서 태어나 광명 속으로 들어가보았다”고 말했다. 유리 등갓으로 만든 문을 통과해 전시의 3, 4부에서는 본격적으로 ‘백자 채색 살라나미 병’을 비롯한 서양식 도자기와 연회를 감상할 수 있다. 프랑스 필리뷔트 양식기에 담기는 영상도 전시실에서 함께 어우러진다.
마지막 5부 ‘궁중을 장식한 수입 화병’에서는 만국박람회를 통해 세계 자기 문화의 주류로 떠오른 자포니즘(Japonism) 화병과 중국 페라나칸(Peranakan) 법랑 화병을 전시한다. 자포니즘은 19세기 중반 이후 서양에서 나타난 일본 문화 선호 현상이고 페라나칸은 19세기 후반 말레이 반도, 싱가포르 등지에 사는 중국 무역상의 후손을 부르는 말이다. 커다란 일본 아리타·교토·나고야 지역에서 제작하여 세계적으로 유행한 서양 수출용 화병들이 국내에 이처럼 다량 현존하고 있는 사실은 국내외에 처음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