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쌍특검법 재표결에서 찬성 투표한 김상욱 의원에게 “당론과 함께하기 어려우면 같은 당 활동을 할 수 없는 것 아닌가”라며 탈당을 권유했다고 밝혔다. 권 원내대표는 본회의 현장에서 김예지 의원에도 당론을 따라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도 전해졌다. 당론을 따르지 않는 것에 대한 당내 비판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지만, 지도부 차원에서 직접적으로 탈당을 거론한 것은 이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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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욱 의원은 권 원내대표의 탈당 권유를 일축했다. 그는 9일 기자회견을 열고 “당에 남아서 바른길로 가도록 계속 노력하겠다”며 “보수의 가치와 반대된다면 당론이라도 따르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정통 보수 정당임을 스스로 내세우고 있는 곳”이라며 “당이 그런 보수의 가치를 지금 추구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면 개선하고 고쳐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 원내대표의 탈당 권유 사실이 알려지자 반윤계에서는 반발이 터져 나왔다.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국회의원 한 분 한 분이 다 헌법기관”이라며 “(권 원내대표의 발언은)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 당은 국민의 당이지 헌법을 위반한 대통령의 당이 아니다”라며 “김 의원은 양심에 따라 투표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법 제 114조 2항에 따르면 국회의원은 소속정당 의사에 귀속되지 않고 양심에 따라서 투표한다고 되어 있다. 국민의힘 당헌 60조에도 국회의원은 헌법과 양심에 따라 국회에서 투표할 자유를 보장한다. 투표를 통해 당론이 정해졌어도 국회의원은 이에 구속받지 않고 의사를 표명할 수 있다는 게 조 의원을 포함한 반윤계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에 찬성을 던진 의원들을 향한 핍박의 연장선이라는 반발도 나왔다. 한 친한(친한동훈)계 관계자는 “지난번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의원들이 여러모로 고초를 겪고 있는데, (탈당 권유는)그런 핍박의 연장선”이라며 “특히 당내에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 6선의 조경태 의원과 4선의 안철수 의원 등 중진에는 이야기도 못 하면서 초선인 김 의원에만 이야기를 하는 것도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당에서는 권 원내대표의 발언이 탈당을 권유한 게 아니라 당론을 따라달라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신동욱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가 끝나고 기자들과 만나 “생각과 달라도 당론을 따라줬으면 좋겠다는 방점이지 탈당하라는 취지가 아니다”라며 “김 의원은 의원총회에서도 공개적으로 이야기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는데, 의총에 나와 본인 생각과 다른 부분을 설명하면 당론에도 반영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문가 “극우화 우려”…일각선 “김상욱 내치진 못할 것”
한편 이날 국민의힘이 공석이었던 중앙윤리위원회 인선을 완료하면서 김상욱 의원을 향한 징계 절차가 진행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여상원 신임 중앙윤리위원장은 “누군가 김 의원을 향해 징계를 청구하면 검토를 하지 않을 수 없다”며 “법과 원칙에 따라 당헌·당규를 살펴 심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김 의원은 당내 징계와 관련해 “헌법과 국회법, 당헌 당규에 모두 공이 규정되어 있는 것이 ‘당론에 따르라’가 아니라 ‘국가 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르라’고 되어 있다”며 “따라서 기본적으로 당론에 따르지 않았다는 것이 제명 사유가 된다는 점에는 동의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 같은 국민의힘 행보에 친한계를 포함한 반윤계 의원들의 활동에 제약이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도부 차원에서 탄핵 표결에 참석한 의원에 공개 메시지를 낸 것 자체가 부적절한 데에 더해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당론과 다른 의견을 막는 것을 두고 보수의 극우화를 우려한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학과 교수는 “정당은 당내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필요가 있다”며 “김 의원으로 인한 일련의 사태는 강성 지지층만 가지고 정치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당내에서 당론과 다른 메시지를 내는 게 오히려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계파색이 옅은 한 중진 의원은 “민주당은 완전히 1극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데, 차별화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김 의원을 그렇게 쉽게 내치지는 못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