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상과 과거사로 생기는 진폭을 줄이면서 미래지향적으로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국 외교장관이 공동기자회견을 개최한 것은 2011년 10월 김성환 당시 장관과 겐바 고이치로 외무상 회견 이후 14년 만이다.
조 장관은 “한일 양국은 자유, 인권, 법치 등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가까운 이웃”이라며 “회담에서 본인은 한국의 대일 외교정책 기조는 앞으로도 변함없이 유지될 것이라 분명히 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와야 외무상 역시 “일한 양국은 국제사회의 여러 과제 대응에 있어 파트너로서 협력해야 할 중요한 이웃국가”라며 “현재 전략 환경 아래 양국 관계 중요성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양국은 이웃나라인 탓에 어려운 문제도 있지만 동시에 정치, 안보, 경제,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쌓아왔다”라고 강조했다.
한일 양국은 올해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아 양국 간 관련 사업을 추진하는 데 계속해서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또한 경제·안보·첨단 과학기술·인적교류 등의 분야에서 새로운 협력사업을 발굴해 나가자는 데도 뜻을 모았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북한군 파병 등 불법 북러 군사협력에 대해서도 양측은 우려를 표명하고 즉각적인 중단을 촉구했다. 북핵 위협에 대비해 한일, 한미일 3국 간 적극적인 공조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공감대를 형성했다.
특히 20일(현지시간) 개최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에 초청받은 이와야 외무상은 트럼프 측에 한미일 3국 협력의 중요성을 언급하겠다는 입장도 내놓았다. 그는 “트럼프 정부가 머지않아 출범하게 되는데 사정이 허락한다면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는 방향으로 조정 중”이라며 “일·한·미 전략적 공조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걸 신(新) 정부에 확실하게 전달하고자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회담에선 ‘사도광산 추도식’ 문제 등 과거사 사안도 다뤄졌다. 조 장관은 “추도식 문제는 희생자들을 진심 위로하고 앞으로 역사적 의미를 기억하는 행사가 되도록 일본 측과 진지 솔직하게 협의하기로 했다”라며 “우리가 생각하는 여러 우려 사항들을 (일본 측에) 분명히 전달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와야 외무상은 “(사도광산 사안은) 조 장관이 일방적으로 양보한 것은 전혀 아니다”라며 “일본 정부로서는 앞으로도 세계유산위원회 결의에 따라 한국 정부와 의사소통을 계속해 나가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와야 외무상은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된 기자들의 질문에 즉답 대신 “한국 내정에 대한 코멘트는 삼가겠다”라며 말을 아꼈다. 다만 그는 한일관계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앞으로도 변함이 없다”라며 “오히려 보다 중요해질 것이라는 인식 아래 양국관계를 더욱 진전시켰으면 한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와야 외무상은 이날 오전 한국에 도착해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을 참배하기도 했다. 일본 외무상이 현충원을 참배한 것은 7년 만의 일이다. 이후 국회를 방문해 우원식 국회의장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비상계엄과 그에 따른 탄핵으로 정상 외교 부재가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에 이은 일본 외무상의 방한은 한국의 외교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 역시 트럼프 2기를 앞두고 동북아시아의 지형 변화가 불가피한 만큼, 안정적 한일관계가 자국의 이익에도 부합한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와야 외무상은 이날 조 장관과 만찬을 가진 후 14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예방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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