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그래핀의 산업화에 본격 나선다. 첨단산업 전반에서 고성능 방열·경량화 소재 수요가 커지는 가운데, 그동안 상용화의 벽에 막혀 있던 그래핀을 실제 산업 현장으로 끌어내겠다는 구상이다.
산업통상부는 11~12일 서울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국내외 그래핀 산·학·연 전문가가 참여하는 ‘글로벌 그래핀 기술교류회’를 개최했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 주최하고 한국탄소나노산업협회가 주관한 이번 행사는 국내 나노산업계에서 처음으로 열린 그래핀 국제 기술교류회다.
그래핀은 탄소 원자가 벌집 형태로 배열된 2차원 신소재로, 구리보다 전기전도성이 높고 강철보다 강도가 뛰어나면서도 가볍다는 장점을 갖췄다. 이 같은 특성 덕분에 반도체와 배터리, 미래차, 항공우주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게임체인저’로 평가받아 왔다.
그러나 산업화의 길은 순탄치 않았다. 그래핀이 처음 발견된 것은 2004년으로, 이후 관련 연구는 급증했지만 높은 생산비용과 대량생산 기술 부족으로 상용화는 제한적이었다. 발견된 지 20년이 넘도록 산업 현장에서 활용되는 사례가 많지 않았던 이유다.
상황이 달라진 것은 최근의 첨단산업 흐름 때문이다. 인공지능(AI) 반도체와 차세대 모빌리티, 항공우주 등을 중심으로 고성능 방열·경량화 소재에 대한 요구가 급격히 커지면서 그래핀 상용화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번 행사도 이러한 수요를 해결할 핵심 소재로 부각된 그래핀의 상용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국제적 협력의 장이 펼쳐졌다. 행사에는 유럽 최대 그래핀 연구연합인 그래핀 플래그십(Graphene Flagship)과 유럽 첨단소재 혁신 이니셔티브(IAM-I)를 비롯해 국내외 110여 개 기업이 참여했다. 특히 에어버스, 현대모비스 등 수요기업과 그래핀 공급기업 간 실질적인 사업화로 이어질 수 있는 1대1 비즈니스 매칭이 20건 이상 진행됐다.
정부는 본격적인 개회식에 앞서 지난해 9월 발족한 ‘그래핀 상용화 추진단’ 정례회의를 열고 그래핀 상용화 기술로드맵을 점검했다. 로드맵은 방열소재를 시작으로 차세대 이차전지 전극소재, 우주항공 차폐소재, 바이오센서 감응소재 등 첨단산업 전반으로 적용 분야를 확대하는 것이 핵심이다. 기업 성장과 기반 조성을 아우르는 패키지 지원방안도 함께 담긴다.
산업부는 이번 행사에서 논의된 글로벌 기술동향과 산업계 의견을 반영해 다음 달 기술로드맵을 발표할 계획이다. 단계적 적용 확대를 통해 그래핀을 연구개발 단계에서 시장 선점 단계로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국내 그래핀 산업 생태계도 점차 무르익고 있다. 경북 포항의 그래핀 전문기업 그래핀스퀘어는 ‘CVD 그래핀 롤투롤 연속생산 및 발열제품 응용기술’이 산업통상부로부터 산업발전법상 첨단기술로 확정되며 대량생산 기술 확보의 발판을 마련했다. 포항시는 이를 계기로 그래핀이 국가첨단전략기술로 지정될 수 있도록 산업부 및 한국산업기술진흥원과의 협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우혁 산업부 첨단산업정책관은 그래핀이 첨단산업 경쟁력을 좌우할 차세대 핵심소재로, 이제는 연구개발을 넘어 상용화와 시장 선점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글로벌 산학연 협력 플랫폼을 구축하고 그래핀 상용화 기술로드맵을 바탕으로 기술개발과 수요연계, 실증 기반 구축 등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마켓잉크 장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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