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직장인 권모(32)씨는 양손에 두꺼운 도서 7권을 안고 서울 종로구 서울도서관을 찾았다. 권씨는 “연체 때문에 1년 넘게 도서관 이용을 못 하고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특사(특별사면) 받으러 왔다”며 “요즘 계엄 때문에 우울한 소식밖에 없었는데 오랜만에 기분 좋은 날”이라고 홀가분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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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이 다가오자 짬을 내 방문한 직장인들이 모이며 반납 기기 앞은 사람들로 가득 찼다. 점심시간을 틈타 도서관에 방문했다는 직장인 최민영(36)씨는 “책 네 권이 7주째 연체돼서 걱정이었는데 이번 기회에 점심도 거르고 방문했다”며 “연체를 털어내니까 소화제를 먹은 것처럼 속이 다 시원하다”고 소감을 말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시내 공공 도서관 연체자 수는 10만 7000명에 달한다. 도서가 연체된 시민들은 ‘해묵은’ 연체 내역을 사면받기 위해 도서관으로 몰렸다. 이를 보여주듯 휠체어를 탄 채로 불편한 몸을 이끌고 온 시민부터 임산부, 아이 동반객 등 남녀노소 다양한 시민들이 눈에 띄었다. 이들은 저마다 연체된 책을 손가방에 가득 담아와 반납 대기줄 앞에서 차례로 기다렸다.
급격히 늘어난 시민들로 인해 도서관 직원들도 덩달아 동분서주 움직였다. 양손 가득 반납 도서를 들고 나르던 한 직원은 “원래는 이렇게 줄이 길지 않았는데 평소에 비해 방문자가 2배는 되는 듯하다”며 “연체 사면을 시작한 뒤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 몰려서 바쁘지만 시민들 표정이 밝아 보여 나도 기분이 좋다”고 말한 뒤 곧장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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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은 이렇듯 계엄 사태로 침울한 상황이지만 한강 작가의 수상으로 위안과 희망을 얻었다고 입을 모아 전했다. 직장인 오모(30)씨는 “시국이 시국인데 한강 작가 덕분에 다들 도서관도 오고 연체도 털어내니까 위안이 된다”며 “탄핵 정국 와중에도 이번 행사로 시민들이 또 한 번 뭉치는 것 같아 노벨상 수상 확정 때보다 더 뜻깊고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