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유가증권시장(코스피)이 폭락 하루만에 반등하며 2400선을 회복했다. 전일 낙폭 과대에 따른 저가 매수세 유입 및 금융당국의 개입 가능성에 따른 기관 매수세가 주체다. 추가적인 지수 레벨 하락이 어렵다는 판단이 배경이나 한국 증시 폭락의 배경인 정치 불확실성이 여전한데다 환율 불안이 여전한 만큼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숨 돌린 증시, 지속 여부는 글쎄
10일 엠피닥터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2.43% 상승하며 단숨에 2400선을 회복했다. 지난 6일 이후 이틀 만이다. 코스닥 지수는 5.52% 오르며 ‘불반등’을 시현하며 650선을 돌파했다. 전일 있었던 증시 폭락이 과도했다는 평가가 트리거가 되면서 저가 매수세가 유입된데다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책 등 매크로 호재가 반영됐다.
코스피 반등의 주체가 된 기관은 이날에만 450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전일 주가 폭락 이후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국내 경제팀 수장들이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F4회의)를 열고 “연기금을 비롯한 기관 투자자가 책임 있는 역할을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등 압박에 나선 게 효과를 발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증시안정펀드와 외환시장 개입 등 금융 당국의 대응이 본격화하면서 하단 지지력을 더했다.
증권가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여부 등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지금과 같은 혼란한 상황이 지속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3일 비상계엄 사태 이후 난립한 정치테마주가 여전히 급등락하며 맹위를 떨치고 있다는 것은 정치권의 움직임이 여전히 불안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국 증시에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우나 시장에 저점이 인식되기 시작된 것은 고무적”이라면서도 “정국이 완전히 정리되기 전까지 여진이 남아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반등에도 불안심리는 불가피할 것”이라 진단했다.
◇공포가 지배하는 시장, 극복 어떻게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이후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공포를 어떻게 극복할지가 관건이다. 전일 1조원 넘게 한국 주식을 내다 팔았던 개인투자자들은 이날에도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을 합쳐 8000억원 넘게 순매도하며 실망감을 표시했다.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경기 침체로 이어져 장기적인 증시 약세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배경이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증시 하단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언제 종료되는지를 예상해야 하는데 지금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불확실성은 밸류에이션을 끌어내리며 외국인의 관망세와 개인 투자자의 이탈 등 수급 상황이 꼬인 것도 한국 증시를 압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적 혼란이 곧 매듭 지을 것이라는 가정을 전제로 증시가 안정 국면을 찾아갈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코스피 지수가 5개월 연속 하락한 가운데 6개월 이상 내린 것은 1997년 외환위기와 2000년 닷컴버블, 2008년 금융위기같은 글로벌 경기침체 상황이었다는 것을 감안할 때 한국 주식이 ‘싸질 만큼 싸졌다’는 것이다. 환율이 급등하며 외국인 입장에서도 순매도가 실익이 없는 구간에 진입한 것도 바닥을 다지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많은 시장 참여자들이 반등 트리거가 될만한 재료를 찾는 과정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며 “증안펀드 자금 집행 여부, 국내 정국 혼란 조기 수습 등이 트리거에 해당될 확률이 높으나 국내 정치, 펀더멘털 이슈를 가장 빠르게 반영하는 달러·원 환율에서 찾아보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며 급등한 환율이 진정되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