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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요 위축의 여파로 스마트폰과 PC 등 디지털 기기용 반도체 수요가 급감했다. 여기에 중국 경기 둔화로 산업기기용도 부진해 업체들은 같은해 투자를 억제했다.
각 기업들은 지난해 시황 회복을 예상하며 낙관적인 계획을 세웠으나 실제 투자액은 기대에 못미쳤다. 미국 인텔은 설비투자를 당초 계획인 300억달러 이상에서 20% 이상 축소했다. 지난해 3분기 166억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적자를 기록하면서 경영재건에 집중한 결과로 풀이된다.
한국 삼성전자(005930)는 지난해 반도체 전망치를 전년 대비 1% 감소한 350억 달러 안팎으로 당초 예상보다 20억달러 정도 낮췄다. 전년에 견줘 줄어든 것은 5년 만에 처음이다.
닛케이는 “AI용 고대역폭 메모리(HBM) 개발에서 SK하이닉스(000660)가 앞서고 있으며, 위탁생산 사업에서도 첨단 반도체 수율(양품률) 향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짚었다.
유럽과 미국 등의 지역에서 전기차 수요가 감소한 것도 반도체 투자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차량용 반도체 수요 부진에 따라 투자를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 등 전력 반도체 분야 세계 최대 제조사인 독일 인피니언테크놀로지스는 작년 9월 마감된 회계연도에 설비투자 금액은 8% 감소한 29억달러를 기록했다. 2023년 11월엔 사상 최고치인 11% 증가한 35억 달러 규모를 예상했으나 기대에 못미친 것이다.
AI용 반도체를 주력으로 하는 기업들은 과감한 투자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세계 최대 위탁생산업체인 대만 TSMC는 300억달러 이상의 투자를 집행해 AI 반도체 생산 능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2028년까지 5년간 반도체 사업에 약 12조원을 투자해 AI용 메모리 생산을 늘릴 계획이다.
영국 리서치 회사 옴디아의 미나미카와 아키라는 “중국 내 신규 공장에 대한 투자 속도가 둔화되고 있으며, 글로벌 반도체 투자는 올해도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