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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간은 조용히”…檢, ‘장윤기 부실수사’ 前 국수본부장 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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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주아 기자I 2026.09.02 14: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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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부실대응 비판 우려 “오픈되지 않게”…분리수사·송치 지시
“합동수사한다고 언론플레이하라”…국수본 지휘라인 개입
결국 ‘단순살인’ 혐의 송치…檢 보완수사로 강간살인 기소
檢 “경찰 수사 최고 지휘부의 부당한 개입 규명”

[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23)의 선행 강간 사건을 두고 “강간은 조용히 하자”며 살인 사건과 분리해 수사하도록 지시한 박성주(60) 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이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경찰의 스토킹 신고 부실 대응이 살인 사건으로 이어졌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일선 수사팀의 병합수사 건의를 수차례 묵살한 것으로 판단했다.

지난 2월 5일 서울 마포구 경찰청에서 열린 글로벌 공조 작전회의에서 박성주 국가수사본부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월 5일 서울 마포구 경찰청에서 열린 글로벌 공조 작전회의에서 박성주 국가수사본부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광주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봉진 부장검사)은 2일 박 전 본부장과 당시 국가수사본부 강력범죄수사과장 대행, 여성청소년범죄수사과장, 현 여성청소년범죄수사과 성폭력범죄수사계장 등 4명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함께 입건된 당시 국수본 형사국장은 범행에 관여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이를 뒷받침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고 혐의없음 처분했다.

사건은 지난 5월 5일 장윤기가 귀가하던 여고생을 흉기로 살해하면서 시작됐다. 장윤기는 피해 여고생을 납치·강간하려다 저항하자 흉기로 살해하고, 이를 목격해 피해자를 구하려던 남고생도 흉기로 찔러 살해하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당일 장윤기를 긴급체포했다.

수사 과정에서는 장윤기가 살인 이틀 전인 5월 3일 직장 동료인 외국인 여성의 주거지에 침입해 피해자의 목을 졸라 기절시킨 뒤 강간하고 감금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장윤기는 이후 피해자가 강간 사실을 식당 업주에게 알렸다는 사실을 알고 피해자를 살해하기로 마음먹은 뒤 칼 두 자루를 구입해 피해자 주거지 주변을 배회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피해 여성은 장윤기를 발견하고 112에 스토킹 신고를 했지만 출동 경찰관은 피해자의 목 부위 상처를 확인하고 폭행 피해 진술까지 들었음에도 피해자가 사건 접수를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장윤기에게 스토킹 중단 경고 메시지만 보내고 현장 종결했다. 신고자의 안전을 다시 확인하는 ‘사후 콜백’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광주 광산경찰서 수사팀은 두 사건 사이의 연관성에 주목했다. 장윤기가 피해 여성과 관계가 단절된 뒤 ‘스토킹→주거침입·강간 및 감금→흉기 구입→배회’를 거쳐 범행 대상을 바꿔 여고생을 살해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살인 동기와 성범죄 목적 등을 규명하기 위해 두 사건을 병합해 수사하겠다는 방침을 광주경찰청을 통해 국수본에 보고했다.

그러나 검찰 조사 결과 박 전 본부장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경찰은 ‘남양주 스토킹 살인 사건’ 등 스토킹 신고 부실 대응에서 비롯된 살인 사건이 잇따르면서 비판을 받고 있었다. 검찰은 박 전 본부장이 장윤기의 스토킹·강간 범행과 살인 사건의 연관성이 알려질 경우 경찰의 부실 대응뿐 아니라 ‘경찰이 적정하게 대응했다면 막을 수도 있었던 살인 사건’이라는 비판이 다시 거세질 것을 우려한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에 따르면 박 전 본부장은 관련 보고를 받은 뒤 “강간은 조용히 하자”, “일부러 숨기는 것은 아닌데 굳이 우리가 먼저 꺼낼 것은 아니지 않냐”는 취지로 말하며 살인 사건과 스토킹·강간 사건을 서로 다른 부서에서 따로 수사하도록 지시했다. 또 강간 사건은 “오픈되지 않게 하라”며 두 사건을 각각 수사하도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수본 실무진은 이에 따라 일선의 병합수사 요구를 거듭 받아들이지 않았다. 광주청과 광산서가 스토킹·강간 사건을 살인 사건과 병합해 송치하겠다는 의견을 재차 전달했지만 국수본 측은 ‘분리 수사 및 분리 송치가 본부장 지시’라는 취지로 병합을 막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광주청 강력계장이 “수사 원칙상 병합 수사 및 병합 송치가 불가피하다”며 박 전 본부장에게 다시 보고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당시 국수본 강력범죄수사과장 대행은 이를 ‘광산서 수사팀의 사건 욕심’으로 치부한 것으로 파악됐다. 병합수사·송치 건의를 최종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광산서 내에서 합동수사를 하고 있다고 언론플레이를 하라”고 지시한 사실도 검찰 수사에서 확인됐다.

결국 일선 수사팀은 두 사건을 함께 수사하지 못했고 장윤기는 형법상 단순 살인 혐의로 검찰에 구속 송치됐다. 검찰은 국수본 지휘라인의 조직적인 권한 남용으로 병합수사와 병합송치 건의가 수차례 묵살된 결과라고 판단했다.

검찰은 이후 보완수사를 거쳐 장윤기에게 강간살인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최근 광주지법에서 열린 결심공판에서는 장윤기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신태훈 광주지검 차장검사는 “이 사건은 일선 수사에 대한 경찰 수사 최고 지휘부의 부당한 개입을 규명한 사례”라며 “향후 유사한 방식의 수사 개입을 차단하고 일선 수사기관의 정당한 수사권 행사를 보장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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