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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담배로 둔갑한 ‘제2의 프로포폴’…밀수·투약 32명 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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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하 기자I 2026.08.20 12: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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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담배로 둔갑한 에토미데이트
밀수·유통·투약 32명 무더기 검거
800만원 원액 6억원어치로 둔갑
시가 12억원 상당 2㎏ 압수

[이데일리 이민하 기자] ‘제2의 프로포폴’이라 불리는 수면마취제 ‘에토미데이트’가 전자담배 형태로 둔갑해 유통되다 경찰에 적발됐다. 주사기 없이 빨아들이기만 하면 되는 액상 카트리지에 담겨 길거리에서도 의심 없이 흡입할 수 있는 형태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마약범죄수사대는 20일 오전 서울경찰청 마포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에토미데이트를 해외에서 대규모로 밀반입해 국내에 유통한 3개 밀수·유통 일당과 판매책, 이를 사들여 투약한 매수자 등 32명을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유형별로는 밀수입 6명(구속 3명), 유통 15명(구속 10명), 매수·투약 11명이다.

에토미데이트를 소분하여 던지기 방식으로 유통하기 위해 중국에서 수입한 전자담배 카트리지 (사진=서울청 마약범죄수사대)
에토미데이트를 소분하여 던지기 방식으로 유통하기 위해 중국에서 수입한 전자담배 카트리지 (사진=서울청 마약범죄수사대)
“특이한 담배인 줄”…진입장벽 무너뜨린 액상 카트리지

이번 사건의 핵심은 유통 형태가 바뀐 점이다. 그동안 국내에서 불법 유통되던 에토미데이트는 제약사가 정식 제조한 주사제 앰플이 대부분이었지만, 이번에 적발된 물량은 모두 해외에서 밀수한 원액을 전자담배 액상 카트리지에 나눠 담은 것이었다. 경찰은 이번에 검거된 32명이 다룬 에토미데이트가 모두 원액 아니면 액상 카트리지 형태였다고 밝혔다.

주사기를 쓰지 않아도 되는 만큼 투약자들이 마약이라는 죄책감 없이 ‘특이한 담배’나 ‘가벼운 유흥거리’로 받아들이게 된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유흥업소 같은 공개된 장소에서도 주변의 의심을 사지 않고 흡입할 수 있어 불법 투약이 번지는 주된 원인이 되고 있다고 했다. 이런 수법은 중국과 대만, 홍콩, 태국, 베트남 등지에서 수년간 사회문제가 된 바 있다.

밀수책들이 태국 현지에서 사들인 원액은 500㎖에 400만원, 1㎏에 800만원 수준이다. 이를 카트리지 1개당 1~1.25㎖씩 나눠 담으면 개당 60만원에 팔린다. 1㎏짜리 원액 하나가 6억원어치 상품으로 바뀌는 셈이다. 강선봉 서울청 마약범죄수사1계장은 “원가대비 약 75배 정도 수익이 나온다”며 “범죄수익 1억 2000만원을 환수 조치하고, 시가 12억원 상당의 에토미데이트 2㎏과 소분 유통에 쓰려던 빈 카트리지 1400개를 압수했다”고 설명했다.

화장품 용기에 숨겨 태국에서 밀수한 에토미데이트 원액 (사진=서울청 마약범죄수사대)
화장품 용기에 숨겨 태국에서 밀수한 에토미데이트 원액 (사진=서울청 마약범죄수사대)
일반인들이 화장품 용기 등에 숨겨 밀반입

밀수를 기획하고 가담한 이들이 마약 조직이 아닌 일반인인 것도 특징이다. 일반인들이 돈벌이를 목적으로 밀수를 직접 기획하거나 가담하면서 범죄가 점조직 형태로 번진 것이다. 밀수입 협의로 구속된 에어컨 설치기사인 A 씨는 지난 6~7월 태국에 머물던 해외 마약상인 친척 동생의 제안을 받고 사회 후배를 운반책으로 섭외해 두 차례에 걸쳐 에토미데이트 1㎏을 화장품 용기에 숨겨 태국에서 인천공항으로 밀수한 혐의를 받는다. 타투이스트인 B 씨는 지난 1~2월 태국과 한국을 오가는 보따리상인 태국인 여자친구, 택배기사인 사회 후배에게 범행을 제안해 에토미데이트 500㎖를 섬유유연제 팩에 숨겨 들여온 혐의를 받고 있다.

베트남 국적의 전직 선원 C 씨는 지난 3월 해외 마약상의 지시를 받고, 범행 사실을 모르는 보따리상을 통해 식료품 상자에 숨겨 베트남에서 인천공항으로 들어온 에토미데이트 1㎏을 배송받았다. C 씨는 이를 전자담배 카트리지에 1~1.25㎖씩 나눠 담은 뒤 대구, 경산 등지에서 IT개발업자 D 씨 등 다른 유통업자에게 ‘던지기’ 방식으로 넘긴 혐의를 받는다.

던지기 방식으로 유통하려던 에토미데이트 (사진=서울청 마약범죄수사대)
던지기 방식으로 유통하려던 에토미데이트 (사진=서울청 마약범죄수사대)
남용 시 심정지 위험 있지만…“처벌은 여전히 공백”

에토미데이트는 남용하면 부신피질 기능이 떨어져 코르티솔 등 스트레스 방어 호르몬이 나오지 않는다. 혈압이 급격히 떨어지고 심박수에 이상이 생기며, 최악의 경우 쇼크로 숨질 수 있다. 여기에 경찰이 한 유통책에게서 압수한 물량을 감정하자 비마약성 동물용 마취제인 ‘메데토미딘’까지 함께 검출됐다. 미국에서 2021년부터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에 섞여 유통되며 심각한 진정과 서맥, 저혈압 위험이 보고된 약물이다. 강 계장은 “성인 심박수가 보통 60~100회인데 30회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며 “저혈압까지 겹치면 심정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제도는 뒤늦게 따라가고 있다. 에토미데이트는 문제가 제기된 지 13년 만인 올해 2월 13일에야 마약류로 지정돼 규정이 정식 시행됐고, 이번 단속은 시행 직후 6개월간의 결과다. 메데토미딘도 같은 문턱에 걸려 있다. 마약범죄수사대가 지난해 12월 마약류 지정을 요청했지만 의존성 연구 결과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는데, 에토미데이트가 과거 거절당한 사유와 같다.

처벌 규정에도 공백이 남아 있다.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11조는 에토미데이트의 수출입·제조만 가중처벌할 뿐 국내 대규모 유통은 대상에서 빠져 있다. 강 계장은 “법무부에 입법 개선을 공식 요청했다”며 “약리학적 의존성이 입증되느냐만 따질 게 아니라 실제 오남용 실태를 보고 선제적으로 규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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