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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 10시께 이 후보는 남색 재킷에 베이지색 바지, 흰색 운동화를 착용한 채 철원 동송시장에 도착했다. 시장 입구에 멈춰선 검은색 차량에서 내린 그는 오른손을 높게 흔들며 지지자들에게 인사했다. “이재명”을 연호하고 환호를 지르던 시민들은 민주당 관계자의 제지에 연호를 멈추기도 했다. 이 후보는 웃으며 시민들과 악수하고 셀카를 찍으며 스킨십을 이어갔다.
이 후보는 시민들을 향해 대한민국을 통합시키고 문화 콘텐츠 강국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시장을 둘러본 뒤 빈 점포 앞에서 약 7분간 연설하며 이러한 비전을 강조했다.
그는 “(아침) 댓바람에 이렇게 많이 오셔서 환영해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어 “정치가 잘못된 건 정치인이 잘못돼서 그런 거고, 정치인이 잘못된 건 잘못된 정치인을 뽑아서 그런 것이다. 결국 정치는 국민이 하는 것이다”며 “바쁘고 힘들더라도 우리 삶과 자녀들의 미래를 책임질 일꾼을 뽑는 만큼 정성을 들여야 한다”며 투표를 독려했다.
또 “전 세계에서 한국 문화 콘텐츠가 얼마나 각광받는가. 나도 ‘폭싹 속았수다’(넷플릭스 드라마)를 보다가 울었다”며 “이 드라마가 전 세계 넷플릭스에서 1위를 차지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는 비전 선포식에서 강조한 ‘K-콘텐츠 살리기’ 기조를 다시 환기하는 모습이다.
국방보다는 문화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그는 “김구 선생이 말했듯, 남의 나라를 침공하고 식민 지배할 능력까진 바라지 않지만, 나라를 지킬 국방력은 필요하다”며 “그러나 무력 대신 문화의 힘으로 존중받는 나라를 만들고 싶다. 지금 우리는 그것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발언 도중 일부 시민은 “맞습니다”라고 응답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경선 과정부터 강조했던 ‘통합’의 가치도 재차 언급했다. 그는 “경제도 살리고, 국민도 싸우지 않는 나라가 돼야 한다”며 “작은 차이를 넘어서 협력하고, 토론은 하되 멱살잡이는 하지 않는 나라, 서로 죽이겠다며 싸우지 않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정말로 국민을 위해 잘 일할 사람, 유능하고 충직한 사람을 뽑으면 세상이 바뀐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한편 정치권은 통합과는 거리가 먼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전날 민주당은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한 탄핵안을 본회의에 상정했지만, 표결 직전 최 전 부총리가 사퇴하면서 탄핵은 무산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본회의장에서 ‘우원식 사퇴’를 외치며 단체로 반발했다. 이와 함께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사퇴로 인해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되면서 ‘대행의 대행의 대행’ 체제가 형성됐다.
이재명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유죄 취지 파기환송까지 겹치며 정치권은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이 후보는 ‘통합’ 기조를 이어가며 사법 리스크에 대해서도 의연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전날 대법원 판결 직후 “어떡해요”라고 걱정하는 시민에게 “그냥 해프닝일 뿐”이라며 태연한 반응을 보였고, 이날도 “힘내세요”라는 시민의 말에 웃으며 여유를 보였다.
한편 이 후보는 이날 오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평화경제특구 지정 △남북 교류 확대 △민방위기본법 조속 추진 △기회발전특구 지정 검토 등 접경지 주민에 대한 보상과 지역경제 발전을 약속하는 ‘접경지 공약’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