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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는 “아이가 타인에게 살해됐다면 가해자와 피해자가 분명해 시비를 가리는 소송이라도 하겠지만, 본 사건은 부모가 가해자이고 경찰과 관련 기관이 과실이 있어 사건을 축소하고 은폐시킬 게 자명하다”면서 “아동 학대 사건을 전담하는 전문 경찰로서 자격이 있는지, 관련 지식에 대한 주기적인 교육이 시행되고 있는지 매우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협회는 또 경찰을 비롯해 아동보호전문기관, 입양기관 등 관련 기관의 총체적 부실이 해당 사건을 만든 것이나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A양은 지난 1월 현재 부모에게 입양됐는데, 이후 A양이 아동 학대를 당하는 것 같다는 의심 신고가 세 차례나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그때마다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은 특별한 혐의점을 찾지 못하고 A양을 부모에게 돌려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기자회견엔 이번 사건으로 숨진 A양을 입양 직전까지 키운 위탁모들도 참석해 학대 의혹을 받고 있는 A양 양부모들과 경찰 등 관련 기관의 대응에 분통을 터뜨렸다. 위탁모 신모씨는 “아이가 태어난 지 8일 만에 와서 7개월 4일을 곁에서 살다가 입양됐는데, 입양될 때까지 아이가 밝고 건강해서 감기 한 번 걸린 적 없었다”면서 “세상에 그렇게 예쁜 아이가 죽었다는 게 실감 나지 않고, 사람이 아이에게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믿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신씨에 따르면 A양 양어머니는 평소 온라인 메신저 프로필 사진 등에 가족과 아이 사진을 여러 장 올려놓을 만큼 아이를 무척 아끼는 모습을 보였다. 신씨는 “양부모란 사람도 여러 번 만나봤는데, 겉모습이 천사 같았다”면서 “입양을 잘 갔다고 생각해 ‘젊고 좋은 부모를 만났다’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좋다고 이야기했는데, 이런 일이 있을 줄 상상도 못했다”고 성토했다.
신씨는 “지금 처벌과 대응이 약해서 정말 가슴이 아프다”면서 “아이 양아버지도 입건되지 않은 상태로 있다는 점도 속상하고, 양어머니도 약하게 처벌을 받을까 봐 불안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위탁모 김모씨는 “아이를 어떻게 그렇게 하고 아무렇지 않게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느냐”면서 “그 사람이 그런다는 걸 주변 사람도 알 테고, 양아버지도 같이 살았는데 방임만 혐의가 아니다”라고 울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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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협회는 △아동 학대를 방조한 담당 경찰관에 대한 엄중한 문책 △양천경찰서 경찰관에 대한 철저한 아동 학대 관련 교육 시행 △입양 부모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요구하면서 양천경찰서에 항의 서한을 전달했다.
한편 경찰에 따르면 A양은 지난달 13일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숨졌다. 온몸에 멍이 든 상태로 병원에 실려 온 A양은 당시 머리와 복부에 큰 상처가 있었으며, 이를 본 병원 관계자가 아동 학대를 의심해 경찰에 신고했다.
이후 경찰은 A양 부모를 아동 학대 혐의 피의자로 입건한 뒤 수차례 불러 학대 여부 등을 조사했다. 지난 4일엔 A양 사인이 ‘외력에 의한 복부손상’이라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부검 결과가 나왔고, A양 어머니는 지난 11일 아동 학대 치사 혐의로 구속됐다.
아울러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의 대처가 안일했다는 비판이 일자 경찰은 감찰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날 “사건 발생 후 여성청소년 및 감찰 기능이 합동으로 1~3차 사건처리 접수 전반에 대해 집중 점검했다”며 “3일간 집중적으로 점검한 결과 다소 미흡한 점이 있었다고 판단돼 서울지방경찰청에 감찰 조사를 의뢰했고, 제대로 관리감독이 됐는지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