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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병원비 결제를 위해 급하게 돈이 필요한 상황이었고, 가족들은 회사 퇴직금 중간정산까지 알아보던 중 이 은행에 만기가 지난 A씨 명의의 정기예금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A씨 가족은 은행 측에 상황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지만, 은행 직원은 내부 규정을 이유로 “긴급한 수술비에 한해 은행이 병원에 직접 이체할 수 있으며, 이외에는 예금주 본인이 직접 방문해야 돈을 찾을 수 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한다.
A씨가 내야 할 병원비는 500만원이 넘었지만, 이 가운데 수술비 항목은 없었다. 고령이라 수술을 받을 수 없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A씨 가족은 “당시 아버지는 중환자실에서 콧줄을 단 채 거동도 못 하셨고, 병원 측에서는 아버지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태라 외출은 불가하다고 했다. 하지만 은행 직원은 수술비 이외의 병원비는 지급할 수 없기 때문에 반드시 직접 와야 한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했다”고 말했다.
이어 “본인 명의로 돈이 있는데 자식이 돈이 없으면 병원 진료도 못 받는다는 것이냐. 이런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다른 사람도 분명히 겪을 수 있을 것이다. 반드시 고쳐야 할 문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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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은 2013년 예금주가 의식불명일 경우 금융회사가 병원비 범위 내에서 병원 계좌에 직접 이첩 처리하는 등 제한적 방식으로 예금 인출이 가능하도록 협조해달라고 금융회사들에 요청한 바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예외가 허용되는 대상과 범위, 지급방식과 절차 등은 각 회사가 내부 규정에 따라 자율적으로 운영해 은행마다 다를 수 있다.
실제로 가족들은 A씨가 정기예금을 보유한 또 다른 은행에도 예금 인출을 요청했는데, 이 은행은 가족관계증명서와 진료비명세서, 의사 소견서 등을 확인한 뒤 병원비를 병원 계좌에 직접 이체하는 방식으로 A씨의 예금을 인출해줬다고 한다.
A씨는 “충분히 서류상으로 처리할 방법이 있는데 80대 중환자가 예금을 찾기 위해 은행에 반드시 오도록 한 것은 고객의 사정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 은행의 갑질, 횡포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