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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미국 CNN과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올해 연달아 벌어진 2건의 스페인 고속철도 참사의 직접적인 원인은 다르다. 지난 1월 사고 당시엔 레일에 생긴 40㎝ 파단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반면, 이번 우르다 사고는 신호 시스템과 관제의 문제였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오스카르 푸엔테 스페인 교통장관에 따르면 철도의 주 신호 체계인 자동제어시스템(LZB) 장애로 이날 오전 해당 구간 열차가 모두 자동 정지됐다. 이후 스페인 철도망 운영기관 ‘아디프’(Adif) 관제가 수동으로 통제를 넘겨받아 정지 신호가 유지된 상태에서 국영사 ‘렌페’ 소속 열차의 운행 재개를 승인했다. 관제는 속도 제한조차 두지 않고 열차를 출발시켰고, 열차는 25㎞를 달린 끝에 정차 중인 열차를 고속으로 들이받은 것이다.
호르디 비뇰라스 프라트 프란시스코데비토리아대 기계공학과 교수는 스페인 언론 유로파프레스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1월 참사는 철도 인프라 문제와 연결된 반면, 이번 충돌은 신호 체계에서 의문이 나오는 사고”라고 분석했다. 다만, 고장 자체보다 고장을 걸러내지 못한 시스템이 문제라는 점에서 두 사고는 닮았다는 평가다. 자동 안전장치가 멈추면 사람의 판단에 모든 것을 맡기는 구조, 또 선로 이상 징후를 사전에 잡아내지 못한 점검 체계 등에 대한 지적이다.
신규 노선엔 투자 집중, 기존 노선엔 ‘땜질’만
업계 전문가들이 가장 먼저 꼽는 스페인 참사의 구조적 원인은 ‘투자 불균형’이다. 아디프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스페인 고속철도망은 총 3973㎞로 유럽에서 가장 길다. 전 세계적으로 봐도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길다. 로이터통신이 유럽연합(EU)집행위원회 자료를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스페인은 2018~2022년 고속철도망에 연평균 약 15억 유로(약 2조 2000억원)를 투입했지만 대부분을 신규 건설에 썼고, 유지보수·갱신·개량에 배정된 몫은 약 16%에 불과했다. 이는 EU내 비교 대상국 비중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이상 신호도 꾸준히 있었다. 로이터통신이 아디프의 공지를 분석한 결과 지난 1월 사고가 났던 아다무스 구간에서만 2022년 이후 신호 장애, 전차선 문제 등으로 고속열차가 10차례나 지연됐다. 1992년 개통한 마드리드~세비야선은 스페인 고속철의 ‘1호 노선’으로, 신형 노선에 쓰이는 유럽 표준 열차제어시스템(ERTMS)이 아닌, 독일식 구형 시스템인 LZB를 쓰고 있다는 지적이다. 로이터통신은 “가장 오래되고 가장 붐비는 노선에서 2번의 참사가 모두 일어났다는 점은 노후 설비 관리의 공백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2020년 단행된 고속철도 시장 자유화도 변수로 거론된다. 국영사 렌페 외에 이탈리아계 이리오, 프랑스계 우이고 등이 진출하면서 요금은 내려가고 운행은 급증했다. 하지만 선로와 관제는 아디프 1곳이 떠안는 구조다. 디에고 마르틴 스페인 기관사노조(SEMAF) 사무총장은 지난 1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도 “철도 자유화 이후 운행량이 60%나 증가했는데 선로에서 훨씬 많은 진동과 마모를 감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조는 지난해 8월 이미 아디프에 고속선의 ‘심각한 마모’를 경고하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점검 체계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호세 트리게로스 스페인도로기술자협회장은 로이터통신에 “선로 피로도는 야간 장비 점검으로 감지돼야 하고, 이 경우 관제센터가 자동으로 운행 속도를 낮추게 돼 있다”고 말했다. 이미 관련 정비 매뉴얼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작동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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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올해 2건의 참사는 단순 기술 결함이라기보다 ‘시스템 부재’가 낳은 인재에 가깝다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 신호 고장시 수동 관제가 따라야 할 절차와 이중 확인 장치, 선로 이상 징후를 운행 제한으로 연결하는 체계, 늘어난 운행량에 맞춘 유지보수 예산과 인력 등이 모두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단 지적이다. 이에 스페인 국민들의 불안도 증폭되는 양상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 1월 사고 이후 올 상반기 스페인 고속철 이용객은 약 2500만명으로 전년보다 약 14% 줄었다.
이같은 스페인 고속철의 위기는 ‘얼마나 빠르고 멀리 까느냐’에 치중한 성장 모델의 한계를 드러낸다는 지적이다. 새 노선 확장에만 몰두하는 것보다 기존 선로를 제대로 유지보수하고 문제 상황에서 실수하지 않도록 절차를 다듬는 시스템 측면에 투자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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