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계속운전 기간 10~20년 보장되도록 제도 개편해야”

김형욱 기자I 2025.01.13 19:35:16

문주현 교수, 박충권 의원 정책세미나서 제언
“인허가 후 설비개선하면 10년 운영도 어려워,
탄소중립·에너지안보 위해 제도 합리화해야”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계속운전 허가를 받은 원자력발전소(원전)가 10~20년의 추가 운영기간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현행 제도 아래에서는 원전 운영 공기업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계속운전을 신청하더라도 평균 3년 반의 규제당국 심사와 설비개선 기간 때문에 10년을 더 운전하는 게 어렵다는 현실을 고려한 제언이다.

문주현 단국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박충권 국민의힘 국회의원(과방위원)이 13일 서울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원전 계속운전제도 정책세미나에서 이같이 제언했다.

박충권 국민의힘 국회의원(과방위원·뒤 오른쪽 6번째)이 13일 서울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원전 계속운전제도 정책세미나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앞줄 맨 왼쪽이 주제발표한 문주현 단국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다. (사진=박충권의원실)
현재 국내에 상업운전 중인 26기의 원전의 상당수는 차례로 30~60년의 첫 운영허가 기간이 종료돼 10년 단위의 계속운전 절차를 밟고 있거나 밟을 예정이다. 1983년 상업운전을 시작한 고리 2호기는 2023년 40년의 허가기간이 끝나 계속운전 절차를 밟느라 2년째 멈춰 있다. 이를 포함해 2029년까지 총 10기가 계속운전 절차를 밟게 된다.

원전은 전 세계적으로 절반 이상(2023년 기준 57%)이 첫 40~60년의 운전 허가 기간을 넘겨 60~80년가량 운영해오고 있다. 국내 1~2번째 원전인 고리 1호기와 월성 1호기도 한차례 10년의 계속운전 후 영구 정지가 결정됐다.

다만, 국내에선 제도와 현실의 격차 때문에 계속운전 허가를 받은 원전도 추가 운전 기간이 10년을 채우지 못한다는 게 문 교수의 지적이다. 한수원의 계속운전 신청 준비(1년)와 규제 당국인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의 주기적 안전성 평가(PSR·1년 6개월), 한수원의 계속운전을 위한 설비 개선(1년) 등 절차에 3년 반이 걸리는데, 이마저 지연될 수 있어 실제 추가 운영기간이 법으로 정한 10년에 못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월성 1호기는 탈원전 논쟁 속 계속운전을 위한 PSR 절차에만 5년 2개월이 걸리며 10년 허가를 받고도 조기 폐쇄까지 3년밖에 쓰지 못했다. 현재 심사 중인 고리 2호기는 역시 탈원전 논쟁 속 한수원의 계속운전 추진 자체가 늦어져 이미 2년 남짓 전에 멈춰 섰기에 연내 10년 허가를 받더라도 7년가량만 더 운전할 수 있다. 원안위는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고자 계속운전 신청 기간을 운전허가 만료 2~5년 전에서 5~10년으로 늘렸으나 이것만으론 원전의 효과적인 계속운전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문 교수는 “현재 (한수원은) 2030년까지 원전 10기에 대한 계속운전을 신청할 예정인데, 인력이 제한적인 원안위와 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이 단기간 내 이들 신청에 대한 심사를 제때 처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신청 기간을 5~10년 전으로 늘려놓기는 했으나 당국의 요청에 따라 설비를 개선하면 이를 또 인·허가받아야 하기에 충분한 기간이라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월성원자력본부 전경. (사진=한수원)
계속운전 신청을 정해진 운영기간 만료 20년 전부터 받거나 10년으로 정해진 계속운전 기한을 한수원이 10년 혹은 20년으로 선택해 신청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게 그의 해법이다. 계속운전 산정 기간도 앞선 허가기간에서 단순히 10년을 더하는 게 아니라 허가 시점부터 10~20년으로 해 실질적인 계속운전 기간을 보장해주자는 아이디어도 제시했다. 그는 “첫 운영허가 기간 만료 후 계속운전 심사가 촉박해지지 않도록 평가기준과 심사 체계를 개선해야 원전 계속운전의 안전성과 경제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교수가 원전의 계속운전 제도 개편 제언에 나선 건 기존 원전을 최대한 활용하는 게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 강화의 가장 효과적 수단이라는 것 때문이다. 새 원전을 설치하려면 7~13년의 기간이 소요되고 비용 부담도 1메가와트시(㎿h)당 53.3달러인 데 반해, 기존 원전을 계속운전하는 건 3년 반이면 가능하고 비용 부담도 1㎿h당 31.1달러로 더 낮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계속운전은 충분한 경험 아래 설비를 개선하는 것이기에 신규 원전 대비 안전성이 결코 낮지 않다”며 “신규 원전 대비 시간·비용 절감도 가능해 가장 효과적인 탄소중립 이행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날 세미나에 함께한 원자력계 인사도 원전 계속운전 제도 개편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정범진 한국원자력학회 회장(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은 “현 제도는 유럽과 미국의 제도가 겹쳐져 우리 법체계와 맞지 않고, 최근의 탈원전 움직임과 규제의 세분·전문화를 고려하지 않은 채 만들어진 것”이라며 “왜 (이를) 규제하는가를 고려해 ‘과규제’하는 경우에 대해 토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창현 한수원 중앙연구원 안전연구소 소장은 “원전 1기를 가스화력발전소로 대체하면 약 1조원의 손실이 발생하고 이는 미래 세대에 고스란히 부담으로 작용한다”며 제도 개선 필요성을 피력했다.

권성동(왼쪽 두 번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박충권 의원(왼쪽) 주최로 열린 ‘원전 계속운전제도 적절한가?’ 정책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원자력 규제 당국 역시 지속적인 제도 개편 필요성에 대체로 공감했다. 이진호 KINS 전문위원은 “우리나라는 계속운전 경험이 부족해 아직 제도적으로 미비한 부분이 있다”며 “계속운전 신청 기한을 하루아침에 10년에서 20년으로 확대하는 건 쉽지 않지만 동일 노형을 한번에 심사하는 식으로 제도를 더 효율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정아 원안위 안전정책국 국장 역시 “산업통상자원부, 한수원과 계속 제도 개선을 논의 중”이라며 “해외 사례도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는 행사를 주최한 박충권 의원과 권성동 원내대표를 비롯해 11명의 국민의힘 의원이 함께 했다. 권 원내대표는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의 정책으로 5년간 22조원이 넘는 손해가 발생했고 추가 비용까지 고려하면 탈원전 비용이 48조원에 이른다”며 “2029년까지 원전 10기가 (운영허가 종료로) 가동중단될 수 있는 상황인데 기존 원전도 잘 수리·보수해 안전을 담보하면 가동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국내 원전이 최근 체코 신규 원전 건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고 이집트·루마니아 원전 사업을 수주하는 등 우리 원전 기술의 우수성을 입증했으나 고리 2~3호기는 계속운전 신청 골든타임을 놓쳐 가동 중단되는 등 여전히 탈원전 정책의 대가를 치르는 중”이라며 “국민에게 전기요금 상승 등의 피해를 전가하지 않으려면 해외(미국)의 절반밖에 안 되는 짧은 운영허가 기간 등 관련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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