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적 재정정책 필요하지만 건전성 담보해야…"증세 논의 필요”

이명철 기자I 2020.11.11 20:48:57

KDI “단기 재정지출 후 국가채무 증가 속도 억제”
증세 필요성 커지지만, 홍남기 “사회적 합의 우선”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 유지, 은행 건전성 관리해야”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한광범 기자] 내년에도 한국 경제가 코로나19 영향권을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경기 반등의 폭도 높지 않다는 게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판단이다. KDI는 경기 침체에 대응한 재정 지출 증가로 나랏빚이 증가세지만 아직 감당 가능한 수준으로 재정준칙 도입 등 중장기 건전성 확보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입 확보 방안으로는 지출 구조조정과 함께 근본적인 증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조덕상(왼쪽)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 전망총괄과 정규철 경제전망실장이 지난 10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0년 하반기 KDI 경제전망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경기 부진 지속…재정적자 급증 자연스러워”

KDI는 11일 2020년 하반기 경제전망을 통해 최근 우리 경제는 제조업의 회복에도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서비스업의 위축으로 경기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민간소비는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소비활동 위축이 이어지면서 올해 4.3% 감소하고 내년에도 2.4% 증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수출은 올해 4.2% 감소하겠지만 점진적인 세계 경제 회복으로 내년 3.1%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경상수지는 교역조건 악화로 흑자 규모가 올해(624억달러)보다 내년(579억달러) 더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소비자물가는 유가 상승에도 기대인플레이션과 수요 압력이 낮은 수준에 머물면서 올해 0.5%, 내년 0.7%의 낮은 상승세를 지속할 전망이다. 취업자수는 올해 17만명 감소하겠고 내년에도 서비스업 부진 지속으로 10만명 증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예상 실업률은 올해 4.0%, 내년 4.1%다.

올해 4차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과 내년 556조8000억원 규모의 예산안으로 재정적자가 급증하지만 경기 부진에 대응한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평가했다. 오히려 경기 부진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당분간 확장적인 정책을 유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다만 국가채무 증가 속도를 제어하지 못할 경우 재정건전성과 국가 신용 하락 요인이 될 수 있는 만큼 코로나19 위기가 끝나면 중장기 계획아래 재정준칙을 통한 재정건전성 확보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앞으로도 국가채무가 많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이를 통제할 필요가 있다”며 “현시점에서 정부의 재정준칙 도입은 상당히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장기로는 지출 구조조정 노력을 지속해 지출 증가 속도를 최대한 통제하는 한편 재정 수입 확보 방안도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정 실장은 “지출 구조조정과 세수 기반 확대만으로는 재정확보에 부족하다”며 “장기적으로는 증세 방안도 같이 논의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정부는 세수 중립의 원칙을 유지하며 증세 가능성에 선을 긋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0일 국회에 출석해 증세 여부와 관련해 “정부 의지로만 되는 것이 아니고 국민적 공감대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아직 증세가 필요한 재정상황이 아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경기 위축시 금리 인하·비전통 통화정책 대응”

경기 부진과 낮은 물가 상승률을 감안할 때 통화정책은 완화적인 기조를 유지하고 예상치 못한 충격에 대비한 추가 대응도 필요하다고 KDI는 진단했다.

최근 물가 상승률이 물가안정목표를 큰 폭으로 밑돌고 있다. KDI는 전세계적인 확장적 통화정책으로 원화 가치가 상승해 수출 회복세가 제한되고 인플레이션이 하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조덕상 KDI 경제전망총괄 연구위원은 “경기가 견실한 회복 경로에 진입할 때까지 완화적 기조를 유지하고 경기가 급격히 위축될 경우 기준금리를 신속히 인하하고 비전통적 통화정책 수단도 동원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통화정책 운용방향을 경제주체들에게 명확히 전달해 통화정책 효과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급격한 증가한 유동성에 대해서는 잠재적 금융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단기 유동성을 면밀하게 점검하고 중장기 증가 속도를 완화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최근 대출 확대로 향후 금융건전성 약화되는 상황에서 대출 만기 연장과 이자지급 유예 등의 추가적인 규제 완화 조치가 시행되고 있어 향후 은행 건전성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조 연구위원은 “은행 건전성 전반에 대한 금융감독을 강화하고 은행들이 대손충당금과 자본을 충분히 확보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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